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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날에도 미생물로 눈 만들 수 있다

  • 이영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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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7.01.31 23:16

    슈도모나스가 분비하는 단백질, 수증기와 함께 뿌려

    폭설(暴雪) 예보가 들어맞지 않아도 스키장엔 온통 하얀 눈 천지다. 인공 눈 제조기가 날씨에 상관없이 늘 하얀 눈을 뿌려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엔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등공신이 있다. 바로 눈을 만드는 미생물이다. 추위 속에서 벌어지는 생물 전쟁에서 인간들은 마음대로 눈을 만들고, 반대로 얼음이 얼지 않게 하는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고 있다.

    
	미생물 슈도모나스
    미생물 슈도모나스

    ◆냉해 미생물이 일등공신=눈은 수증기가 얼어 생긴 결정들의 집합체다. 순수한 물은 온도계가 섭씨 영하 39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얼지 않는다. 이런 ‘과냉각(過冷却)’ 상태의 수증기가 눈으로 바뀌는 것은 대기에 들어있는 미세한 먼지에 달라붙을 때다. 즉 먼지가 눈 결정의 핵(核)이 되는 것이다. 섭씨 영하 5도에서 얼음이 어는 것도 물 안에 얼음의 핵이 될 불순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인공눈을 만들 때도 이처럼 수증기가 달라붙어 얼 수 있는 먼지와 같은 핵이 필요하다. 스키장에선 미생물이 그런 일을 한다.

    겨울에 농작물을 얼려 죽이는 슈도모나스(Pseudomonas)란 미생물이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수확을 앞둔 오렌지의 75%를 냉해(冷害)로 망가뜨린 주범이기도 하다. 얼음은 섭씨 영하 5도가 돼야 어는데 슈도모나스가 침입한 이파리에는 영하 2도에서도 얼음이 언다. 슈도모나스가 분비하는 특이한 단백질이 눈을 만드는 핵처럼 매우 효과적인 얼음 핵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 눈을 만들 때 슈도모나스가 분비하는 단백질을 수증기와 함께 뿌려주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에도 쉽게 눈을 만들 수 있다. 사막 한 가운데 두바이에 실내 스키장이 생긴 것도 바로 이런 미생물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요크스노라는 회사가 슈도모나스 균 단백질로 만든 ‘스노맥스(snomax)’란 인공눈 제조물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반재구 박사팀이 핵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더 많이 분비하는 미생물을 개발해 민간기업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일반 스키장에서는 경비 문제로 미생물 단백질 없이 물을 고압상태로 뿌려 그냥 얼음 가루를 만들지만 고급 스키장에서는 대부분 미생물 단백질로 진짜 눈 결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생물 단백질은 인공 비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반 박사는 “인공 비를 만들 때는 구름에 요오드화은을 뿌려 수증기가 달라붙는 핵으로 사용한다”며 “미생물의 단백질은 요오드화은보다 비 생성 효율이 100만 배나 더 좋다”고 설명했다.

    ‘눈 미생물’은 지금도 계속 개발 중이다. 캐나다 퀸즈대의 버지니아 워커 박사팀은 지난해 10월 ‘환경미생물학저널’지에 새로운 눈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인공 눈을 만드는 미생물은 일단 상온에서 배양한 뒤 낮은 온도로 옮겨 핵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한다. 워커 박사팀이 찾아낸 새로운 슈도모나스 균은 얼음이 어는 온도 바로 위에서 상온 바로 아래의 온도 사이와 자라면서 온도를 바꾸는 과정이 없어도 항상 핵 단백질을 생산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모양의 눈 결정.
    다양한 모양의 눈 결정.
    ◆남극에서 찾은 천연 부동액=슈도모나스 균 연구의 본래 목적은 냉해 방지다. 과학자들은 얼음의 핵이 되는 단백질을 분비하지 못하는 미생물을 개발했다. 이 미생물을 농작물에 뿌려주면 냉해를 유발하는 기존 슈도모나스와 경쟁해 쫓아내버린다. 이른바 미생물 농약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용 허가가 나지 않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이미 시판되고 있다.

    슈도모나스와 반대로 얼음이 얼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미생물들도 있다. 남극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은 이런 ‘천연 부동액(不凍液)’ 단백질을 분비해 추위를 이겨낸다. 이 단백질도 식물의 냉해를 막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세포나 이식용 장기를 냉동 보관할 때 사용하면 조직이 얼어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식품의 냉동 보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에 첨가하면 냉동고에서 바로 꺼내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다. 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팀은 남극 미생물에서 천연 부동액 단백질을 잇달아 찾아낸 바 있다.

    부동액 단백질은 미생물 외에 곤충이나 물고기, 식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남극에 사는 물고기의 피에서 천연 부동액을 발굴해 왔다. 물고기 수가 한정돼 있어 천연 부동액 단백질의 가격이 g당 1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서효원 박사팀이 극지연구소와 함께 남극에서 자라는 식물들에서 ‘저온 저항성’ 유전자를 찾고 있다. 이 유전자를 감자에 주입하면 영하의 기온에서도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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