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자기만 알고, 아무렇게나 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젊은이들로 하여금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아무렇게나 사는 걸 반성하게 하는 착한 소설이라는 뜻으로 '공지영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한국 문단의 대모(代母)격인 소설가 박완서씨는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잘 읽히는 현상을 반긴다. 여교수와 사형수의 계층을 초월한 사랑을 비극적으로 그리면서 공동체의 사랑을 호소하고, 사형제 존속에 윤리적 질문을 던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가톨릭에 입각한 생명 가치를 역설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학자들은 공지영 소설의 매력을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공공선을 향한 관심 ▲감성적인 말걸기로 꼽기도 한다.
386세대 작가 공지영의 주독자층은 20~30대 여성 독자들이다. 공씨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는 독자 이혜진(고려대 간호학과 3년)씨는 "내 주변의 대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작가는 공지영"이라며 "공지영 소설에서는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생운동과 노동 운동에 투신했던 20대, 남성중심주의에 저항했던 30대, 가톨릭에 귀의해 종교적 관용과 화해에 눈을 뜬 40대….
푸른숲 출판사의 김혜경 대표는 "또 독자들은 공지영이 자기 삶을 정면 돌파하면서 체험과 취재를 통한 프로다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것에 공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겪었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게 애들 셋을 낳은 것"이라는 공지영은 "비록 실패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 아이들을 낳기 위해서라면 다시 결혼을 하래도 기꺼이 하겠다"고 당당히 밝히는 '싱글 맘'이다.
공지영 소설에 대한 문단의 평가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엇갈린다. "공지영은 1980년대의 정치적 화두와 1990년대의 사랑의 화두를 결합하는 독특한 여성문학의 궤적을 그려온 작가"라고 진단한 평론가 이경호씨는 "1990년대 이래로 한국문학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는 타인의 지평과 공동체적 관심사를 일깨우는 문학의 목소리가 공지영 소설에서는 변함없이 들려오고 있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386세대 의식을 담은 공지영 소설에 대해 '통속적 연애 소설을 위한 알리바이로 한 시대를 들러리로 내세운 것'(평론가 정문순)이라거나 '잘 읽히는 듯하지만, 어법에 맞지 않거나 너무 감상적인 문장을 남발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평론가들도 적지 않다.
"요즘엔 평론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한 공지영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문학상을 많이 받지만 안 팔리는 소설을 쓸 거냐, 문학상은 못 받지만 잘 팔리는 소설을 쓸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잘 팔리는 소설을 쓰겠다."
미국 인기 작가 폴 오스터가 '빵을 굽는 타자기'를 사랑한다면, 공지영에게는 '아이들 학비를 대는 노트북'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막내 아들을 내가 책만 써서 대학까지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세상 천지에 나 혼자 서있는 듯 고요가 엄습한다. 막내가 '엄마…엄마' 부르면 단정하게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