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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KCC감독 "부진 탈출 해법은 바로 나"
잇단 선수 부상에 최하위 “이런 치욕 또 없었으면…”
이성훈기자 inout@chosun.com
입력 : 2006.12.01 09:08 21'

▲ 6연패에 빠진 전주KCC 허재 감독이 부진 탈출을 위한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어제는 소주 먹고 하루 내내 푹 잤어요.”

30일 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 감독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감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6연패의 충격이 큰 듯했다. 특히 28일 하위권(8위)인 서울 SK에 패한 것은 뼈아팠다. 2라운드 중반을 넘어선 팀 성적은 4승11패로 최하위. 화려한 명성을 감안하면 치욕이다. 그의 이력에서 ‘꼴찌’는 2001~2002시즌 원주 삼보(현 동부) 시절 공동 최하위가 유일하다. 그 오점도 이듬해 우승으로 말끔히 지웠던 허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농구 대통령’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 2년차 허재는 올 시즌 지독히 운이 나쁘다. 시즌 시작 전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됐다. 바비 레이저도 함량 미달로 퇴출됐다. 팀 기둥인 이상민과 추승균이 번갈아 다쳤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감독이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데뷔 첫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성과는 조용히 묻혀 버렸다.

“선수 부상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빨리 풀어야 하는데, 경륜이 짧아서 쉽지 않네요. 모두 제 책임입니다. 해답도 저 자신에게서 찾을 겁니다.”

감독의 의례적 멘트지만 당사자가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허재라면 다르다.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어디서 잡을까? 그는 ‘믿음의 농구’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덕장보다는 용장에 가까운 그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우리 선수 기량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걸 조화시키는 게 제 몫이죠. 선수와 감독, 후배와 선배,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가 서로를 믿어야 팀에 힘이 생깁니다.”

승부욕을 자극하며 선수들을 몰아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는 모험도 접었다.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자극적인 처방전은 모두 포기했다. 대신 ‘보약’처럼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치료법을 택했다.

실수한 선수에게 5분 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선수들끼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줄 생각이다.

“당분간 더 망가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어서면 다시 꺾이지 않을 팀을 만들고 싶어요. 두 번 다시 이런 치욕을 당하고 싶진 않습니다. 3라운드 중반쯤엔 달라진 KCC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잔뜩 움츠린 허재는 독기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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