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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 '공실장'은 '김기사'였다
‘환상의 커플’서 ‘공 실장’열연 김광규
염강수기자 ksyoum@chosun.com
입력 : 2006.11.30 23:30 19' / 수정 : 2006.12.01 09:35 34'

▲ 김광규/배우
MBC 주말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공 실장’(극중 공영구) 역을 맡은 김광규(40). 그는 얼마 전 연예인의 인기를 재는 바로미터인 초등학생들로부터 “어, 저기 공 실장이다!”며 환호하는 소리를 들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부자인 데다 모든 것이 제 맘대로인 ‘안나 조(한예슬)’, 안나 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빌리 박(김성민)’. 그 사이에 선 공 실장은 안나 조를 상대할 때는 매사 송구해서 어찌할 바 모르는 머슴이지만 직속 상관이라 할 빌리 박을 대할 때면 어쩐지 그의 머리 꼭대기에서 갖고 노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시골 아줌마인 ‘계주(이미영)’가 첫사랑. “빵꾸야” “누님”을 주고 받으며, 다시 만난 첫사랑 앞에서 사랑의 홍역을 앓지만 두 사람이 ‘사돈의 팔촌’이라는 것을 알고는 법적으로 혼인이 불가능한지 계산도 안 해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을 찔찔 짜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이 터진다. 공 실장에게 초등학생들의 나름 예민한 ‘필’이 꽂히는 이유도 ‘지적일 뻔하다가 만’ 그의 어리숙한 캐릭터 때문일 테다.

그러나 우리의 ‘공 실장’, 한참 신나게 ‘환상의 커플’ 이야기를 하던 중 “그런데 첫 출연한 드라마가 뭐였죠?”라는 의례적인 질문 앞에 그만 말을 더듬었다.

"아, 그거요…. 기준이 뭐죠? 딱히 뭐라고 대기가…."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해보지 않았고, 그렇다면 모두 조연인데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조연이어야 '데뷔'라고 할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20대엔 부산에서 택시 몰았죠 개인택시 꿈 좌절된 서른 그래, 배우하다 죽어보자
영화 ‘친구’서 유오성 패는 선생님이 저랍니다

1998년 연극배우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다 해도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19살까지야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쳐도 20대 시절이 비어 있다. 김광규가 웃음을 터뜨린다.

“군대에 6년간 있었어요. ‘군위탁 장학생’으로 고등학교 학비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6년간 군생활을 했습니다. 총검술 교관이었죠.” 공 실장, 보기와는 달랐다. 빠릿빠릿하게, 행동 하나하나마다 ‘각’이 나오는 시절도 있었다는 얘기다. “의무 복무기간보다 1년 더 근무하고 사회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꿈은 개인택시 운전기사. 고향인 부산에서 죽으라고 운전했지만 접촉사고를 낼 때마다 ‘개인택시’를 받을 수 있는 꿈은 저만치 멀어졌다. 급기야 길게 늘어선 택시 옆에서 마른 담배를 피워대며 손님을 기다리는 개인택시 운전수 어르신들을 보고 말았다. 갑자기 슬퍼졌다. 개인택시 꿈을 접었다. 나이는 이미 서른. 한 번만이라도 해보고 죽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은 일을 찾았다. 배우였다.

“99년까지 부산에서 연극활동을 하다 이왕 할 바에는 큰 물에서 놀자는 생각에 무조건 서울로 왔습니다.”

3년 동안 잠은 고시원에서 잤다. 2001년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들에게 “너그(너희)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묻다 “건달입니더”라고 대답하는 유오성에게 열 받아 죽으라고 뺨을 때리는 선생님 역을 했다. ‘우리형’, ‘너는 내운명’, ‘각설탕’, ‘타짜’…. 작품수는 쌓였지만 그를 알아보는 초등학생은 없었다. 벌써 배우생활 10년인데.

“처음 ‘환상의 커플’ 대본을 보고 흥분했다아입니까. 이리(이렇게) 긴 대사가 있다니. 잘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서 진주에 있는 선산으로 달려가서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하고 조상님께 빌었죠.”

‘꼬라지하고는!’이라는 맛깔스러운 한예슬의 대사와 함께 공 실장의 능청스러운 대사도 인기가 치솟았다.

“처음 대본을 보고 공 실장 말투를 사투리로 할까 표준말로 할까 고민했습니다. 사장님과 사모님 분위기에 맞게 표준말로 하기로 했죠.” 그러나 그는 첫 방송이 끝난 뒤 “어떻게 그렇게 경상도 사투리를 잘 쓰냐”는 칭찬만 한 보따리 받고 만다. 어색한 표준말이 히트를 친 것이다.

인터뷰 말미. ‘공 실장’ 김광규에게 의례적으로 물었다.

“인터뷰는 대충 된 것 같고…, 다음 작품은 뭐죠?”

“없는데요.”(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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