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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후배들 日진출하려면 실력 있어야"
日 유명만화가 요미우리 잔류 부탁에 감동
4년후엔 실패하더라도 ML서 꼭 뛰고싶어
대구=스포츠조선 김남형 기자
입력 : 2006.11.29 19:11 25'

▲ 29일 대구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엽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화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이승엽의 첫 마디는 "내 살다살다 이렇게 아픈 수술은 처음이다"라는 것이었다. 최근 축농증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내가 코 뼈가 많이 휘어있어서 깎아내고 살도 잘라내고 했는데 수술 전에 하나도 안 아프다고들 하길래 맘 놨는데 다 거짓말이었다"며 웃었다. 수술 후 코 속에 솜을 잔뜩 집어넣는데 거의 코가 시작되는 부분까지 잔뜩 집어넣고 퉁퉁 부어서 심지어 토할 뻔 했다는 얘기까지 했다. 10월 중순에 받은 왼쪽 무릎 수술보다 오히려 코 얘기를 많이 하는 이승엽의 표정 속에는 여전히 천진난만함이 숨어있었다. "많이들 물어보셔야 저도 조금 쉬니까…"라고 말할 때에는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헤어 스타일이 파격적으로 바뀌었다던데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웃음)일본에서 2만엔 주고 잘랐다가 너무 최신 스타일에 희한하게 만들어놔서 그 다음날 다시 한국 미용실 가서 머리를 펴고 잘랐다. 너무 젊어 보이면 안 되는데.(웃음)

-거액 계약 덕분에 '이재벌'이란 별명이 붙었다는데.

▶하하하, 이재벌? 누가 그러는가. 통장에 아직 돈 안 들어왔다.

-박찬호처럼 초등학교 야구 대회를 만든다든가 하는 계획은 없는가.

▶제의도 받았다. 여러 곳에서 리틀야구장을 짓자는 얘기도 있었고 많은 제안이 있었는데 대부분 상업성이 있어서 하기 싫었다. 살 날이 많은데 앞으로 차분하게 준비를 해서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박찬호가 출국하면서 '승엽이가 미국에 진출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얘기를 했는데.

▶내 선택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다. 이 팀(요미우리)에 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좋은 팀에서 우승해보고 싶다. 얼마전 계약때 구단 대표와 얘기를 나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가면 요미우리에서 내 이익만 챙기고 떠나는 게 아니겠느냐고. 강한 이미지를 심고 좋게 나가는 게 오케이라 생각했다. 요미우리에서 우승한다 해도 어찌 될 지는 아직 모른다. 차선책은 마련돼 있다. 나는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된다.

-요미우리에서 정말 잘 대해준 것 같다.

▶늘 얘기한다. 홈런 안 쳐 본 사람은 홈런 칠 때의 기분을 모른다. 소문만 듣다가 직접 가보니 지바 롯데 시절과는 사람들이 선수들을 대하는 게 근본적으로 다르다. 팬들이 정말 우러러 본다. 물론 상대 팬들은 더없이 싫어하지만.

-그토록 대단한가.

▶에피소드가 있다. 8월에 내 생일 즈음해서였는데 일본에서 울트라맨인가, 어쨌든 굉장히 유명한 만화 캐릭터를 그린 나이 지긋한 여자 작가분이 계시는데 나랑 일면식도 없는데 선물을 보내오셨다. 나에겐 까르띠에 시계를, 아내에겐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왔다. 편지에서 (한일 통산) 400홈런을 축하한다, 내년에도 꼭 자이언츠에서 뛰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깜짝 놀랐다. 통역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 그렇게 모르는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는 게 놀라웠다.

-삼성과 요미우리를 비교한다면.

▶요미우리는 일적으로 쫙쫙 진행하는 게 갖춰져 있다. 여긴(삼성) 글쎄 패밀리 같은 느낌이다. 도쿄에선 요미우리 구단 지원으로 롯폰기의 월세 95만원짜리 맨션인 히로타워스에 산다. 한국대사관에서 5분 거리에 있는데 부촌이다.

-계약 내용을 상세히 말해줄 수 있는가.

▶구단이 발표하지 않으면 밝히지 않기로 했다. 많이 독특한 계약이다. 대리인이 알아서 했다. 차선책이 있다.(만약 요미우리가 우승한다 해도 메이저리그쪽 계약 조건이 수준 이하이거나 혹은 이승엽 본인의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요미우리 잔류를 이승엽이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됨)

-요미우리와 본인의 야구 색깔이 맞는 것인가.

▶매일 게임에 나가는 게 행복한 줄 처음 알았다. 일본 3년째인 올시즌 처음으로 주전 1루를 보려니 겁도 났다. 처음엔 수비하는데 자신감도 떨어졌다. 야구 선수는 역시 경기를 해야 한다. 센트럴리그는 퍼시픽리그에 비해 펜스 거리가 짧다. 그래서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세 가지 공인구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히로시마구장 처럼 좌우 91m에 센터 114m밖에 안 돼도 공이 잘 안 나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작은 구장이라는 점은 큰 부분이다.

-이병규 박명환이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본에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확실하다. 처음에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자신 있었다. '일본 야구를 접수하겠다'고 자신했는데 결국 접수 못 했다. 역시 마음 보다는 훈련이 먼저다. 일본 가서 야구가 많이 늘었다. 지바 롯데 안 가고 곧장 요미우리 갔으면 실패했을 것이다.

-일본에서의 3년간 누구 도움이 컸는가.

▶지바 롯데의 다카하시 타격코치, 김성근 감독님에게 많이 배웠고, 요미우리의 우치다 타격코치가 완성을 시켜준 셈이다.

-타격폼이 한국에서와는 완전히 달라졌는데.

▶바뀌지 않으면 투수 공략을 못 한다. 타격폼에 손을 많이 대는 편인데 무작정 손 대는 건 아니다. 나만 해도 '너는 일본 선수들과 다르게 치니까 너 치는대로 쳐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영 아니다 싶은 건 고치도록 해준다.

-훈련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한달 반만에 운동하려니 힘들다. 가벼운 운동만 해도 토하고 싶을 만큼 힘들다. 급해서 좋을 건 없다. 두달 동안 잘 만들겠다. 몇몇 일정을 빼고는 일요일도 없이 훈련하겠다. 12월 중순쯤에는 배팅훈련을 하고 싶은데 1월쯤으로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미야자키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SK 김성근 감독 쪽에 합류한다던데.

▶본래 빨리 합류할려고 했는데 무릎 때문에 여건이 안 됐다. 1월15일 정도 출국하면 SK의 고지 전훈캠프에 갈 것 같다. 거기서 열흘 정도 있다가 1월25일쯤 요미우리 캠프로 건너갈 계획이다.

-오가사와라가 요미우리에 입단했는데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만 그가 3번 타순에서 타점을 쓸어가는 부작용도 있을 듯한데.

▶긴장은 안 한다. (거액 연봉을 받는데 설령 부진해도) 나를 벤치에 앉힐 수가 있겠는가. 난 외국인 용병이고 꼭 팀에 핵심이 되겠다는 욕심은 없다. 일단 내가 야구를 잘 해야 한다.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지적할 부분도 있긴 한데 일본인 선수들처럼 똑같이 했다면 못 살아남았을 것이다. 요즘 시간 잘 간다. 지바 롯데에서 게임에 못 나갈 때에는 아침 6,7시까지 잠을 못 잤다.

-4년 후를 전망한다면.

▶LA 다저스의 마무리투수인 요코하마 출신 사이토 다카시 나이를 보니까 69년생이더라. 올해 기회가 있었듯이 2년 뒤 혹은 4년 뒤에도 언제든 기회는 내가 만들면 있다. 마지막에는 실패하더라도 관계 없이 미국 가서 배우고 뛰어보고 싶다.

-유니폼넘버를 33번에서 25번으로 바꿨는데.

▶내가 원래 '땡' 번호를 싫어한다.(웃음) 도박을 안 해서. 어릴 때부터 미국 야구 보면서 23번, 24번, 25번을 좋아했다. 23번은 데이비드 저스티스, 24번은 켄 그리피 주니어, 25번은 맥과이어 번호라 좋아했다.

-마침 25번을 달 수 있게 됐는데.

▶25번에 임자가 있었기 때문에 예전 기요하라, 딜론의 번호인 5번을 달려고 했다. 그런데 어쩌다 코치에게 25번 달고 싶다고 얘기한 게 하라 감독에게 보고됐다. 가메이라는 선수가 25번을 달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그 선수가 35번인가 23번을 달게 되고 내가 25번 임자가 됐다. 그 선수에게 5번을 달 수 있을 것이라 말해줬는데 지금은 미안해 죽겠다.

-둘째를 낳을 계획은 없는가.

▶낳아야죠. 요즘 16개월 된 아들 은혁이가 장난감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노는데 장난 아니다. 걔도 왼손잡이다. 나와 애 엄마가 모두 왼손잡이다. 야구 방망이를 일본에 놓고 왔었는데 하도 찾길래 한번 더 일본 갔을 때 가져왔다.

-이젠 부인도 일본 생활에 적응을 했다는데.

▶아내도 친한 사람들이 생겼다. 아들 은혁이가 생기고 난 뒤 부부싸움 한 일이 한번도 없었다. 애기 없을 때에는 가끔 싸웠다. 야구 선수란 직업이 일주일씩 원정 갔다 오고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랑스러워진다. 그래서 야구란 직업이 좋다. 그건 야구 기자 분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웃음)

-왼쪽 무릎 상태는 어떤가.

▶통증 없다. 지금은 양반 다리도 한다. 오른쪽 다리 근육과 맞추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힘들지 않은가.

▶'아침형 인간'이 됐다. 오늘도 8시에 집에서 나왔다. 겨울 웨이트트레이닝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아니다. 휴식과 편안하게 자는 것 등이 모두 중요하다. 웨이트트레이닝이 끝나면 계란 10개 정도를 먹고 프로테인 등을 섭취한다.

-아시안게임 대만전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몇 시에 하는가? (30일 오후 3시라는 얘기에) 이럴 줄 알았다면 장치엔밍(요미우리 왼손투수이자 대만 대표팀 투수) 기를 좀 죽여놓고 올 걸 그랬다.

-앞으로 일정을 말해준다면.

▶12월 1일 삼성의료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투병 중인) 어머니가 삼성의료원에 신세를 많이 졌다. 그걸 갚고 싶다. 12월 2일에는 사인회가 있다. 국민은행 광고도 하나 찍어야 하는데 아직 일정이 안 잡혔다.

-메이저리그 진출 포기에 실망한 팬들이 많은데. 요미우리가 우승하면 다시 도전하겠다 했는데 내년을 전망한다면.

▶내가 평론가가 아니라 선수라 예상은 못 하겠다. 내년 당장은 어렵다 해도 기적을 한번 일으키고 싶다. 팬들에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메이저리그에 갈 수도 있었지만 내 선택은 요미우리였다. 일단 우승하고 그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겠다.

-요미우리가 오가사와라를 영입했다. 요미우리 3~5번이 모두 왼손타자라 상대 팀에서 왼손 투수를 보강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무서운 타자가 되고 싶다. 최고 소리를 듣고 싶다. 위협구 유인구 같은 것에 당하지 않으려면 하체가 강해야 한다. 하체를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

-국민타자로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올 한해 너무 큰 성원을 받았다. 몸은 일본에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있었다. 한국 대표 선수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졌다. 한국 야구의 레벨이 높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30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하는 옛 후배 배영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나는 간단한 수술인데도 힘들었다. 영수는 큰 수술을 받는데 MVP를 탔던 한국 최고 선수인 만큼 다시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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