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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욕이 질타하는 생명의 물줄기가 발 아래에…월악산 제비봉
입력 : 2006.11.27 08:49 11'

제비봉(721m)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일부이며 충주호의 긴 물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특급 전망대이다. 툭 트인 경치가 독일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 못지 않다.

▲ 제비봉
수몰의 아픔을 껴안으며, 푸르게 푸르게 청풍호반 넘어 하늘까지 생명의 물줄기를 풀어 올리는 저 강물. 허욕을 좇는 인간 세상의 어둑한 그림자이며, 구름 숲을 뚫고 도발적으로 내리 뻗는 햇살이며, 강물은 도도하고 유장한 물빛 하나로 모든 것을 품어 버린다. 아. 저런 모습을 보라고 새벽 바람은 나를 제비봉으로 불러 올렸구나.

제비봉(721m)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이루이며 충주호의 긴 물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특급 전망대이다. 툭 트인 경치가 독일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 못지 않다. 우장하게 흐르는 물빛이 너무 푸르러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말목산(710m), 금수산(1016m) 등 유순한 봉우리들이 아우라지에서 먼 길을 달려온 남한강 물줄기와 포개져 가슴 뭉클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비봉 바로 아래의 마을은 충주호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충북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다. 단양8경의 핵심 경관인 구담봉(330m), 옥순봉(286m)이 보이는 강변 마을이다.


사회 초년 시절 쉬는 날마다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염소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또래들과 어울려 무작정 산악회 버스에 올라 으름도 모르는 산으로 따라가 야호 소리를 내며 방자한 혈기를 발산하고는 했다. 어느 겨울날도 산에 올라 환호성을 지른 적이 있다. 파랗게 질린 하늘과 하얗게 눈에 덮인 세상은 얼마나 낭만적이던가. 정상 돌무더기의 팻말을 보니 제비봉이었다.

그로부터 15년도 휠씬 더 지난 최근, 페르귄트 조곡을 들으며 베란다 밖을 내다보는 순간 간밤의 먹장구름이 말끔히 가시고 새벽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가자 새벽 드라이브! 감미로운 음악을 섞어 커피를 마시며 차를 단양으로 몰았다. 원래 손수운전자는 장회리에 주차하고 등산해야 좋지만 이번에는 얼음골에서 출발해 장회리로 내려와 차를 얻어 타고 주차한 곳까지 가기로 마음 먹었다.

단양과 충주를 잇는 36번 국도변의 얼음골 입구에는 ‘얼음골맛집’이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음식점 뒤 매표소로 올라가니, 공원 직원이 청설모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즐거운 산행 하세요.” 라는 말을 들은 지 10여분 지났을까, 상수리가 무진장 떨어져 있는 숲길이 나온다. 30분쯤 오르자 숨 사이로 드디어 강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서어나무 신갈나무 등과 황토빛을 띠는 적송이 숲에 꽉 차 있다. 아침부터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해찰하며 걸었어도 1시간 30분 만에 정상에 다다랐다.

▲ 도담삼봉
바람이 티끌을 걷어 간 맑은 아침. 아름다운 전망은 말을 잊게 한다. 도담삼봉을 휘감아 청풍호반으로 흘러 드는 남한강 줄기는 묵처럼 꿈쩍도 않은 듯이 보였다. 정중동! 멈춘 듯하지만 계속 흘러가고 있다. 우리 사는 것도 저렇게 순하고 부드러웠으면. 강물이 산 그림자를 품어 주고, 산이 강에서 길을 내어 주며 천천히 흐르도록 굽이도 만들어주듯이 인간도 서로 위하고 모나지 않게 배려를 했으면…

▲ 사인암
이제는 하산길. 소나무 산벚, 떡갈나무 등이 들어찬 푹신한 오솔길에 이어 험악한 바위 능선이 나타난다. 장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경치는 더욱 좋다.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바위 여기저기에 걸터앉아 있다. 바윗길은 아찔하다. 긴 나무계단이 없다면 내려가기 힘들 것이다.

양 옆으로 보이는 절벽도 절경이다. 왼쪽 설마동 계곡에는 두항리가 포근하게 들어 있다. 조선시대의 기생으로서 단양군수로 부임해 온 퇴계 이황을 사모하다가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제비봉 건너편 말목산 기슭에서 스스로 세상을 뜬 두향이 태어나고 자란 산골 마을이다.

장회나루에 내려오니, 구담봉이 묵직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구담봉은 물에 투영된 봉우리가 거북 무늬가 보인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자. 이제 등산을 마쳤으니 슬슬 유람선을 타고 1시간 동안 충주호의 강바람이나 맞아 볼까나.

● 교통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단양방면 우회전해 5번 국도를 따라4km 가면 북하삼거리. 문경 충주 방면으로 죄회전해 단성삼거리에서 좌회전. 우화삼거리에서 36번 국도 충주 장면으로 우회전. 투구봉휴게소를 지나 500m만 더 가면 왼쪽에 ‘얼음골맛집’이 보인다. 음식점의 양해를 얻어 주차하고 제비봉 등산 후 장회리로 내려가 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얻어 탄다. 장회리에서 얼음골까지 거리는 3.6km. 장회리 원점 회기 산행도 3시간 정도 걸린다. 귀경길은 두 가지. 충주호를 더 보고 싶으면 충주 방향으로 향해 옥순대교를 지나 청풍호반을 거쳐 남제천IC로 간다. 장회리에서 단양IC로 바로 가면 시간이 다소 단축된다.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충주행 버스 20분 간격 운행. 충주공용버스터미널(043-845-0001)에서 덕산, 수산, 장회리를 경유하는 단양행 버스 하루 18회. 단양에서 하루 19회 있는 충주행 버스를 타고 장회리에서 내려도 된다. 제비봉매표소 맞은편 장회 버스정류소(011-9844-1940)

● 음식&숙박

‘얼음맛골집(043-422-6315)’, ‘장회나루식당(043-422-5600)’, 구담봉식당(043-422-6565)’, 제천시 금성면 구룡리의 ‘손두부촌(043-652-0177)’은 손두부전골. 단양 버스터미널 옆 ‘장다리식당(043-423-3960)’의 마늘솥밥.

● 여행정보

주변명소: 장회나루 관광유람선(1시간 코스. 장회나루에서 출발해 제비봉, 구담봉, 옥순봉, 옥순대교 등을 둘러본다.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 장회나루 안내 (043)423-8616. 배가 수시로 운행. ‘클럽 이에스 리조트(02-508-2706)’는 회원제 콘도이지만 그냥 들러도 괜찮다. 정원, 카페, 산책로, 사슴농장 등에 낭만 물씬. 담양읍의 대명콘도 ‘아쿠아월드(043-420-8311)’는 쾌적한 스파시설. 충주호 청풍문화재단지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043)420-3544 www.danyang.chungbuk.kr
월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43)65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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