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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와 솔의 만남 ‘송엽초’ 초파리가 사랑스러워
한국인의 수퍼푸드
합천=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입력 : 2006.03.15 16:15 43'

▲ 여과하기 전 송엽초. 식초를 조금 치면 소금을 덜 써도 음식이 싱겁지 않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향긋하면서 시큼한 냄새에 코가 간지럽다. 살짝 ‘맛이 간’ 막걸리와 비슷한 냄새다. 경남 합천 ‘구관모 천연식초 연구소’. 잘게 썬 솔잎과 현미술밥을 섞느라 바쁜 아주머니 두 사람 뒤로 커다란 술항아리가 십여 개 놓여있다. 따뜻한 온돌에 올라앉아 담요까지 두른 술항아리 주변으로 작은 초파리들이 앵앵 날아다닌다. 구관모 대표는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초파리들을 쳐다본다. “초파리는 초 빚는 사람에게 즐거움입니다. 초가 잘 피었다는 신호거든요.”

>> 식초로 병 고친 사람

식초. 요즘 ‘웰빙 대표주자’로 인기 상한가다. 식초가 얼마나 좋은지를 구관모씨처럼 절실하게 느껴본 사람이 있을까. 잘 나가던 사업이 1980년대 실패했다. 이후 10년을 대구에서 택시를 운전했다.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보고 병원을 찾았다. 몸은 ‘움직이는 병원’이었다. 간염, 신장병, 위장병,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살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다가 고(故) 안현필 선생의 ‘공해시대 건강법’이란 책을 만났다. 식초가 약이란 걸 알게 됐다.

좋은 식초를 찾아 전국을 다녔다. 하지만 값싼 빙초산과 양조식초에 밀려 전통 방식대로 만든 천연 식초는 구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식초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몇 차례 실패 끝에 1990년대 초반 식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몸도 말끔히 나았다는게 구씨의 믿음. 1997년 정부 지원금과 전통식품 제조허가, 그리고 발명특허까지 땄다.

>> 식초, 왜 좋나

식초는 산성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이 근육에 쌓이는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한다.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음식 소화와 흡수도 좋아진다.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해 노화방지와 암 예방, 간장 기능 활성화에도 효과가 있다. 장 내 유해세균을 죽여 대장염을 억제하고, 치질·변비에도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초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고 옹종(종기의 일종)을 제거하고 어지러움을 치료하며, 징괴와 적(종양의 일종)을 풀어준다”고 했다. 물론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식초를 너무 많이 먹으면 살과 뼈, 장부가 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맑은 호박색을 띠는 송엽초.
>> 식초, 어떤 게 있나

식초는 양조식초와 합성식초(또는 화학식초)로 크게 나뉜다. 양조식초는 곡물이나 과일로 만든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양조식초는 에틸알코올에 물과 초산균을 넣고 발효시킨 뒤 향을 첨가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쌀 농사를 많이 짓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에서는 쌀식초가 많다. 요즘 인기인 흑미식초는 현미를 이용해 만든 식초를 3년 숙성시킨다. 일반 쌀식초보다 영양이 풍부하다고 알려졌다.

서양에는 과일식초가 많다. 와인식초는 와인을 초산 발효시킨 식초다. 발사믹식초(balsamic vinegar)는 와인식초를 참나무통에 넣어 숙성시킨 것이다. 단맛이 강해서 시지 않다. 농도가 진하고 짙은 암갈색을 띤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풍미가 진하고, 그만큼 값도 비싸다. 이탈리아 북동부 모데나(Modena)가 원조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보리(malt)로 만드는 몰트식초도 먹는다.

합성식초 혹은 화학식초는 물로 희석한 빙초산 또는 초산에 아미노산이나 단맛을 첨가해 만든다. 유기산이나 비타민이 없다. 구관모씨는 “석유에서 추출해낸 화학물질인 빙초산이 몸에 좋을 리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해 일반 식당에서는 여전히 많이 쓴다.

>> 한국 식초, 언제부터 먹었나

한국에서는 양조법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으므로, 식초도 그때부터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식초를 담가 먹었다. 식초를 담그는 데 사용한 항아리는 ‘초두루미’라고 부른다. 둥그스름한 몸통에 가느다란 목은 두루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두루미는 지역마다 모양이 다르다. 경상지역 초두루미는 큼직하면서 직선적 느낌이 난다. 호남지역 초두루미는 곡선이 아름답다. 충청도 초두루미는 짧은 목이 특징이다.

>> 식초, 어떻게 만드나

전통적인 식초 제조법은 이러하다. 먼저 누룩에 술밥을 섞어 술을 담근다. 술을 걸러 초두루미에 앉히면 공기 중의 초산균이 발효를 일으켜 술이 초로 변한다. 구관모씨가 만드는 식초는 ‘송엽초’(松葉醋) 즉 솔잎 식초다. 흰 쌀이 아닌 현미에 잘게 썬 솔잎을 섞어 술밥을 만들고, 여기에 누룩 엿기름, 배, 생강, 더덕을 더해 술을 담근다. 이 술에 꿀을 섞어 항아리에서 발효시키고 1년 가량 숙성시켜 판매한다.

솔잎 식초는 맑은 호박색이다. 냄새는 새콤하면서 솔 향기가 희미하게 섞여있다. 빙초산처럼 일방적으로 시지 않은, 단맛이 더해진 복잡한 맛이다. 구수한 현미 맛도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고혈압, 당뇨, 신장병 환자들에게 약으로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1되(1.8?)에 5만원 받는다. (053)588-6666, www.kookwanmo.com

>> 식초·솔 음식

■ 초란 (껍질 칼슘이 식초에 녹아 골다공증 예방)

달걀(유정란), 식초 1되(1.8ℓ)

①달걀 7개를 잘 씻어 뚜껑 있는 유리병에 담는다. ②식초를 붓고 뚜껑을 꼭 닫아 상온(섭씨 20~25도) 어두운 곳에 일주일 둔다. ③속껍질만 남은 달걀을 젓가락으로 찔러 터뜨린다. 속껍질을 제거한다. ④식초와 달걀을 잘 섞어 이틀 두면 초란이 된다. ⑤초란 한 숟갈에 꿀, 과즙, 물 등을 섞어 하루 2~3회, 식후에 마신다.

■ 초콩 (비만, 당뇨, 변비에 특효)

콩, 식초

①콩과 식초를 1대3 비율로 섞어 일주일 상온에 둔다. 꿀을 더해도 좋다. 냉장 보관한다. ②아침과 저녁 식수에 한 숟갈씩 씹어 먹는다.

■ 솔잎물김치 (출처:구황촬요)

솔잎 1두(1말=18ℓ), 물 1두, 무, 미나리, 오이, 연밥

①어린 솔잎을 잘게 썰어 오지항아리에 넣는다. ②따뜻한 물 1두를 항아리에 붓는다. 물이 식으면 무, 미나리, 오이, 연밥을 넣어 익힌다.

■ 송화밀수 (여름 더위 해소에 좋은 음료)

송화가루 1큰술, 꿀물 3컵, 잣 1작은술

①차가운 물에 꿀을 탄다. ②송화가루를 타고 잣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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