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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⑤도시주의 그룹 '플라잉시티'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5.12.22 09:27 08'

국내 현대 미술계에서 도시를 다루는 작가는 차고 넘친다.

서양화는 물론이고 한국화에서도 도시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작가는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많아진다. 설치나 미디어아트 부문은 더욱 그렇다.

“도시 문화와 도시 지리적 현실을 표피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제대로 비평하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합니다.”

결성된 후 가장 바쁜 한해였던 2005년을 마무리하면서 도시주의 그룹 플라잉시티(Flyingcity)가 진단한 자신들만의 차별성이다.

이들은 2001년 결성 후 달동네나 재개발지역, 철책으로 보호받는 북악산 자락의 정부기관들, 청계천 재개발 사업 등이 도시 공동체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현장을 누비며 취재하고 대안은 없는지를 설치나 미디어 작업으로 표현해왔다.

근엄한 미술계에서 ’운동권’으로 손쉽게 분류돼온 플라잉시티는 2005년 봄, 명품 중에서도 귀족을 자처하는 ’에르메스’ 매장의 강남매장 쇼윈도를 한지와 골판지를 사용한 투박한 설치미술품으로 꾸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에르메스가 대중적이라서가 아니라 에르메스와 대중적인 설치작품이 조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호기심을 끌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른다.

2004년 10월 에르메스 미술상 시상에서 이들이 최종 수상작 후보에 오르자 미술계에서도 진지하게 이들을 바라봤고 그 인연으로 2005년 봄 에르메스의 쇼윈도를 꾸미자 대중들이 이들의 작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에르메스가 잠시의 외도였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영욕을 간직한 독특한 공간인 청계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제안전들은 2005년 한해 이들의 주요 작업이었다.

9월26일부터 10월1일까지는 청계천 입정동 금속가공 공방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0개 금속가공 공방과 함께 청계천 미니박람회를 주최했고, 11월 세운상가 1-4층에서 미술인회의가 주최한 ’세운상가 키드의 하루’전에도 출품했다.

9월에는 이스탄불 비엔날레, 11월에는 중국 광저우 트리엔날레에도 참가하는 등 국외 활동도 활발했다.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공공미술 관련 토론회에도 참가했고 심지어 12월에는 한 패션잡지에서 선정한 2005 트렌드 세터(trend-setter) 중에 꼽히기도 했다.

종로구 계동의 한 식당 건물 위에 있는 플라잉시티의 작업실. 시민단체 사랑방같은 분위기의 수수한 작업실에서 점퍼 차림의 멤버들이 한창 설계 작업 중이었다.

전용석(37) 대표는 에르메스 작업을 왜 했느냐는 질문에 씨익 웃으며 “경제적인 이유”라고 짧게 말했지만 “에르메스 작업 때 썼던 로봇과 청계천 박람회 때 썼던 로봇은 같은 것”이라고 의미있는 대답을 돌려준다.

플라잉시티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회사 ’플라잉 C’는 “설치작업만으로는 돈이 안돼” 만든 회사로 플라잉시티가 개발한 공간 개념을 응용한 작업들로 ’ 경제적인 이유’를 해결한다.

2005년초까지 미술인회의 일도 했다는 전용석씨는 청계천 공공미술로 미국 상업주의 작가 올덴버그의 작품이 선정된데 대한 미술계의 반발에 대해 “미술인들의 뜻을 한데 모으기 쉽지 않아 항상 반응이 느린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전씨는 한동안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 그리기가 재미없어” 설치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과거의 그림도 증권거래소에서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로 그린 시사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전씨가 소개하는 2006년 플라잉시티의 프로젝트는 크게 두가지다.

미디어 다음이 제주 미디어 센터 개관에 맞춰 센터 내 갤러리에 설치할 뉴미디어 작가 3개팀을 물색한 공모에서 선정돼 1월말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주제에 맞춰 플라잉시티가 선택한 소재는 제주 우도(牛島)다.

“관광지로만 간주되는 우도가 아닌 가장 제주적인 풍광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동아시아 지중해의 중심에 있는 지정학적인 우도를 이야기할 것”이라는게 전씨의 설명이다.

플라잉시티는 동아지중해라는 지리적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하고 있다.

서기 687년 음력 정월 신문을 제작하거나, 게임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터넷 미디어 형식으로 고대 항해를 실현하거나, 해녀들의 민요를 최신 다중이용 문서관리 시스템으로 구현해보는 것 등을 구상 중이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전쟁 이후 외세의 각축장이 됐던 지역의 포스트 식민성과 토속성에 대한 고찰이다.

오래 전쟁을 겪었고 외세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이 주요 작업 대상으로 2006년 하반기에 직접 현지를 방문할 지 여부를 고려 중이다.

전씨는 “이들은 모두 민족문제로 고립돼 있는 특징이 있어 우리의 현실과 공교롭게도 많이 닮았다”고 설명하면서 “레바논의 곳곳에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특수한 공간들이 있어 탐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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