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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보다 무대가 더 넓어 보여요"
'19 그리고 80' 출연 '굴렁쇠 소년' 윤태웅
"해롤드의 양면성 제게도 있죠 거칠지만 때로는 섬세하고…"
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입력 : 2005.12.14 18:34 00' / 수정 : 2005.12.15 02:30 41'

▲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이 가능할까. 윤태웅(오른쪽)은 "박정자 선생님이 영락없이 소녀처럼 보일때가 있다"고 말했다
윤태웅(25)은 점심을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대학로의 추운 연극 연습실. 연극 ‘19 그리고 80’(연출 강영걸) 연습실은 80세 노파 모드역을 맡은 박정자와 19세 청년 해롤드 역의 윤태웅이 체온으로 달구고 있었다.

“발성부터 전부 다 어려워요. 박정자 선생님이 ‘배우는 에너지가 생명’이라고 하셔서, 밖에선 진지한 연극을 챙겨보고 여기선 선배님들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새내기 배우 윤태웅은 88 서울올림픽 개막축전의 ‘굴렁쇠 소년’이다. 2분이나 걸렸을까.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린 반바지 소년은 짧지만 강렬한 감동의 기억을 뒤로 하고 지금 첫 연극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월 오디션을 통해 해롤드 역에 뽑힌 뒤 100번 넘게 대본을 읽었다. “어려운 연극을 많이 접해야 한다”는 주문대로 ‘에쿠우스’ ‘고양이늪’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등 다른 연극도 많이 봤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격려가 많아요. 그때마다 부담이 크지만 ‘얼른 개막일이 왔으면’ 하는 설렘도 있습니다.”

‘19 그리고 80’은 사는 데 싫증난 청년,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의 만남과 사랑을 따라간다. 박정자로서는 ‘나이 80까지 할 보험 같은 작품’. 그에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첫 무대다. “열아홉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나이잖아요. 반항적이고 어둡지만 활달하기도 한 해롤드의 양면성이 제게도 있어요. 어쩔 땐 거칠지만 때론 섬세하고.”

극중 해롤드는 우울과 자포자기에서 출발해 갈수록 낭만적으로 변해간다. 감정의 진폭이 크다. 어렵지 않을까.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신선함, 그리고 정직한 연기예요.” 태권도를 특기로 경기대 체육과에 진학한 그는 지금 잠시 휴학 중이다. ‘굴렁쇠 이미지 팔아서 연예인 됐구나’ 같은 흉을 잡힐까봐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이 연극의 내용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본질은 안 보고 겉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편견을 깨는 길은 진짜 ‘배우’가 되는 것뿐이겠죠.” 공연은 내년 1월9일 청담우림시어터에서 개막한다. 문의 (02)569-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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