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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걸작展 ‘알짜’ 빠진 거장展
‘레오나르도 다빈치室’에 模作 버젓이 전시
대표작 없는데도 ‘마티스’간판으로 내걸어
드로잉 몇 점만으로 이름값… 관람료는 비싸
이규현기자 kyuh@chosun.com
입력 : 2005.12.12 19:08 46' / 수정 : 2005.12.13 18:58 42'

지난 주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문을 연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 걸작전’. 겨울방학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전시회다.틴토레토, 귀도 레니 등 국내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작가들의 작품은 서양 근대미술이 어떤 뿌리에서 비롯됐는지 짐작케 한다. 하지만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 걸작전'이라하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전시의 간판 작가인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너로들어가니 그림 ‘암굴의 성모’가 걸려 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은 아니다. 소설 ‘다빈치코드’로도 유명해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 ‘암굴의 성모’를 베르나르디노 데 콘티라는 후대 화가가 1520년에 모작(模作)한 것이다. 레오나르도의 뛰어난 특징인 명암의 미묘한 변화와 그것을 통한 인체의 내면 표현을 감상할 수는 없고, 다만 그림의 소재만 확인 할 수 있는 ‘자료’일 뿐이다. 그림 옆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구체적인설명이 붙어 있다. ‘원작은 현재 파리 루부르박물관과 런던 국립미술관(내셔널 갤러리)에 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에 의거해 그린 작품’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지만 깨알 같은 설명문을 읽지 않으면 다빈치의 작품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이 방에는 대신 다빈치의 드로잉만 20여 점 걸려 있다.

▲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 걸작전’에서 한 관람객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모작한 그림을 보고 있다. 주완중기자wjjoo@chosun.com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전시인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서울 시립미술관)은 또 어떨까? 마티스(1869~1954)는 강렬한 색채 표현을 중시한 20세기 초반의 유럽 ‘야수주의’ 그룹의 대표적 화가. 조르주 루오, 피에르 보나르, 라울 뒤피, 블라맹크 등의 작품이 망라된 이 전시는 마티스를 간판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마티스의 작품은 종이에 그린 유화 한 점(1905)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수주의 탄생 이전인 1890년대와 야수주의 이후의 작품, 그리고 흑백 작품만 있다. 따라서 야수주의의 특징인 ‘불멸의 색채’를 보기는 어렵다. 김영호 중앙대 서양화과 교수는 “야수주의의 전체적인 경향은 느낄 수는 있지만 정작 마티스의 대표작은 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커미셔너는 전시도록 서문에서 “마티스의 야수파 시기의 주요 작품과 (야수주의의 주요 작가 중 하나인) 브라크의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된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전시 제목에 마티스를 넣지 않으면 관객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마티스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말할 것도 없이 르네상스 바로크 걸작이나 마티스의 대표작을 대여해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전시 기획사들이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버젓이 ‘걸작’이니 ‘거장 마티스’니 하는 말을 내걸고 장사를 한다는 점이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은 대형 전시회 특수(特需) 기간이 됐지만 명실상부한 대형전이 열리는 일은 흔치 않다. 렘브란트 등 유명 화가 이름을 앞세우지만 정작 대표작은 나오는 일이 드물고 드로잉 몇 점으로 ‘이름값’을 하는 일이 다반사. 밀레와 반 고흐의 그림을 사진 찍어 패널로 전시하는 일까지 있었다. ‘대형 전시회’의 관람료는 성인 1인당 1만원 이상의 고가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이익을 많이 보기 위해 작품의 급을 낮춰서 미술 관람 문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한 큐레이터는 “대부분 브로커를 통해 작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전시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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