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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앙코르와트 영상으로 되살린 한국인
박진호 KAIST 연구원, 세계 첫 3차원 복원
불국사·무령왕릉등 옛 모습 살려낸 디지털 복원의 달인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전란으로 20% 이상 파괴된 캄보디아의 사원 앙코르와트의 ‘디지털 복원’(復元)이 한국인들에 의해 최근 이뤄졌다.

흙더미로 사라졌던 옛모습을 3차원 컴퓨터 영상으로 살려낸 것이다. 세계 최초로 이 작업을 성공시킨 주역들은 ㈜시지웨이브 ‘앙코르팀’. 이 팀을 이끈 사람은 올해 34세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박진호(朴鎭浩)씨다.

“12세기 앙코르와트가 처음 세워졌을 때의 전체 건물이 사이버 공간에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죠.” 3주 전 결혼한 젊은 새신랑인 박씨는 국내 디지털 복원학(Digital Restorology)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고구려 안학궁과 고분벽화, 백제 미륵사, 신라 왕경(王京)과 황룡사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디지털로 복원됐다. 현 국정 국사 교과서에 실린 무령왕릉과 불국사의 옛 모습도 바로 박씨의 작품이다.

“디지털 복원이란 지금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토대로 사라진 문화 유산의 모습을 영상으로 되살리고 보존하는 작업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소년잡지의 과학특집들을 보며 과거 유산의 수수께끼와 미래사회의 컴퓨터문명 모두에 관심을 가져 왔고, 어느 날 “옛 역사를 컴퓨터로 되살리는 방법은 없을까?”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다.

▲ 복원된 앙코르와트 이미지 일부.
그리고 마침내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3학년 때인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노아의 방주’ 컴퓨터 복원작업에 참여한 뒤 이 미개척 분야에 푹 빠지게 됐다. 맨 땅에 헤딩하듯 IT 분야를 독학했고 건축·의상 같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스토킹’하듯 찾아 다녔다.

그런 그의 앞에 ‘앙코르와트’란 새 과제가 주어졌다. 동서 1.5㎞, 남북 1.3㎞, 7?짜리 돌기둥만 1800개, 5분의 1 이상이 파괴돼 버린 이 거대한 문화유산을 3차원으로 되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였다.

“현재 독일·일본·프랑스·인도·중국에서 ‘아날로그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디지털 복원은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들른 캄보디아 국립박물관에서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서고 구석에 있던 먼지 묻은 문서를 조사해 보니 1964년 프랑스 건축학자 나플리앙(F Naplyian)이 정교하게 그린 앙코르와트의 실측도였던 것.

“이런 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곧바로 2차원 드로잉 위에 3차원 건물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죠.” 사진 3만장을 찍고 레이저 스캐너로 앙코르와트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40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매일같이 지나가는 한국 관광객들이 깜짝 놀라며 쳐주는 박수로 견뎌낼 수 있었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앙코르와트를 보고 ‘여생을 여기서 보내고 싶다’고 했답니다. 과연 앙코르와트는 제게도 아침 저녁으로 수없이 얼굴을 바꾸면서 시간이 멈춰 선 영원한 신(神)의 세계 같았어요.”

앙코르와트 근처에 몇 년 안으로 박물관이 건립되면 한국팀이 만든 이 디지털 복원 자료들은 그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걸 보고 한국에서 해냈다는 걸 알게 되겠죠.” 박씨는 앙코르와트 주변 비슷한 규모의 사원들도 차례차례 디지털 복원할 계획이다. 모든 프로젝트가 끝나는 연도는 2058년. 그때 그의 나이는 86세다.

글=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입력 : 2006.11.30 00:19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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