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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된장찌개맛 나는 영어표현 고민”
16년간 한국문학 英譯한 영국 출신 안선재교수
내년 퇴임 앞두고 책전시회… 독신으로 한국생활 26년째
홍어찜·산채비빔밥 즐겨

“‘된장찌개’나 ‘사랑채’ 같은 말을 영어로 옮길 땐 정말 똑 떨어지는 말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기계적인 번역이 아니라, 구수한 맛이나 그윽한 분위기, 한국적 정서를 살려야 하니까요.”

1985년부터 서강대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안선재(64·영국명 브라더 안토니) 교수는 16년째 한국 문학 작품을 영문으로 번역해 해외에 소개하고 있는 외국인(94년에 귀화한 그는 법적으로는 한국인)이다. 지금까지 우리 시와 소설을 26권이나 번역했다. 올해에만 마종기의 ‘이슬의 눈’(Eyes of Dew) 등 4권을 펴냈고, 고은의 ‘내일의 노래’(Songs for Tomorrow)도 곧 낼 예정이다.

그의 독보적인 능력은 영어를 모국어로 주무른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능숙한 영어 표현들에 있다. 김광규 시선집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Faint Shadows of Love) 영역판을 낼 때 안 교수는 ‘효자동 친구’라는 김광규 시 제목을 ‘A Good Son’이라고 옮겼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유종호씨는 “효자동의 한자 의미와 시 내용의 반어(反語)적 이미지를 일치시킨 매우 재치있는 번역”이라며 무릎을 쳤다. 이 시집 번역으로 안 교수는 91년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는 95년엔 이문열의 소설 ‘시인’(The Poet) 영역판으로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받음으로써 섬세한 번역 솜씨를 널리 인정 받았다. 특히 그의 매끄러운 영어는 영어권 독자들이 알아줬다. 1997년 고은의 선시(禪詩) ‘뭐냐’를 영역한 ‘Beyond Self’를 읽어본 미국 비트세대의 대표적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이 시집은 참 번역이 뛰어나다. 미국 시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 안 교수가 내년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27일 서강대 도서관에서 그동안 출판된 번역 책의 전시회를 갖는다. 영국 잉글랜드 출신인 안 교수는 1940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테제(Taize) 공동체 수사(修士)다.

1980년 한국에 온 이후 지금까지 서울 화곡동에서 프랑스·스위스 출신의 수사 3명과 함께 20년 넘게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관리할 개인 재산도, 눈치 봐야 할 ‘사모님’도 없이 기도하고 노동하는 생활이니 건강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한국생활이 26년이나 된 그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다. 가장 즐기는 음식도 홍어찜과 산채비빔밥이다.

글=신용관기자 qq@chosun.com
사진=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입력 : 2006.11.26 23:32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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