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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 '풀스토리'

▲ 영아들의 사체가 발견 된 서래마을 빌라.쿠르조씨 집 전경
프랑스 당국의 DNA조사 결과 서래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된 두 갓난아기의 부모가 쿠르조(40)씨 부부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프랑스 경찰은 10일(현지시각) 오후 쿠르조씨와 부인 베로니크(39)씨를 불러 조사를 진행한 직후 부부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진행된 서래마을 갓난아기 유기 사건을 종합해 본다.

주한 프랑스인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구 반포 4동 서래마을에서 갓난아기 시신 2구가 발견된 시점은 지난 7월23일. 서래마을의 80평짜리 고급빌라에 사는 프랑스인 쿠르조씨는 그날 오전 11시쯤 택배로 주문한 간고등어를 베란다 냉동고에 넣으려다 비닐봉지에 싸인 물체를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5칸짜리 냉동고 4번째 칸과 5번째 칸에 갓난아기 시신 2구가 탯줄이 달린 채 꽁꽁 얼어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이 너무 얼어 있는 데다 몸을 웅크리고 있어 정확한 개월 수와 피부색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7월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부검 결과, 이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영아로 드러났다. 또 탯줄이 20~30㎝ 정도 불규칙하게 잘려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출생하지는 않았으며 갓난 아기들의 폐에 공기가 들어찬 것을 볼 때, 출생 이후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쿠르조씨는 경찰 조사에 순순히 응했다. 쿠르조씨는 6월 말 가족과 함께 두 달 예정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회의 참석차 지난 7월18일 혼자 입국해 두 아기를 발견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쿠르조씨 집에서 두 아기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최초에 쿠르조씨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신고를 한 당사자가 쿠르조씨였고, 부인과 두 아들을 둔 가장에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의 임원인 만큼 신분도 확실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바로 다음날 두 아기와 쿠르조씨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의뢰하는 한편 빈집을 봐주기로 했던 쿠르조씨 친구와 가정부의 행방을 쫓는데 주력했다. 7월 26일 쿠르조씨는 남은 휴가 기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프랑스로 출국했고, 쿠르조 씨를 용의자로 보지 않았던 경찰은 아무 의심 없이 출국을 허락했다.

7월 28일 국과수의 공식적인 DNA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숨진 채 발견된 두 갓난아기의 아버지가 쿠르조씨 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미 쿠르조씨는 출국하고 한국에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이제 두 아기의 어머니가 누구인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쿠르조씨가 아버지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직접 신고까지 했으며, 즉시 출국하지 않고 사흘간 한국에 머물며 경찰 조사까지 받은 점을 감안할 때 쿠르조씨가 냉동고에 두 영아의 사체가 들어 있었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판단했다. 누군가 쿠르조씨에 의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고 두 아기를 출산한 뒤에 쿠르조씨 집에 몰래 가져다 놓았을 것이라는 등 추측이 난무했다.

8월 7일 나온 국과수의 두 번째 DNA 조사 결과는 이런 상식과 추측을 모두 뒤집었다. 두 갓난아기의 어머니가 쿠르조씨의 부인인 베로니크씨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쿠르조씨 집에 있었던 베르니크씨의 칫솔과 귀이개 등에서 나온 DNA가 두 갓난아기의 것과 일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또 베로니크씨가 2003년 12월 자궁적출수술을 받아 이후 아기를 가질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숨진 두 갓난아기들이 최소 2년이 넘게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경찰주재관을 통해 베로니크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쿠르조씨 부부의 조기귀국을 요청했다. 프랑스에 있던 쿠르조씨는 경찰과 통화를 통해 “내 아기가 아니고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휴가가 끝나는 8월28일 예정대로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러한 쿠르조씨 부부의 입장은 경찰이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던 산부인과에서 베로니크씨의 자궁샘플을 입수, DNA분석을 의뢰했던 시점부터 바뀌게 된다. 경찰은 조직 DNA분석 결과 숨진 두 갓난 아기의 어머니가 베로니크씨인 것으로 재차 확인했다(8월17일). 그리고 베로니크씨가 자궁적출수술을 받을 때 남편 쿠르조씨가 동행해 보호자 서명까지 했던 것으로 보아 쿠르조씨가 냉동고에서 아기들을 발견해 신고할 때부터 자신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그러자 그 동안 한국행을 시사했던 쿠르조씨는 8월22일 프랑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두 갓난아기의 부모가 아니며 한국의 DNA분석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밝히고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프랑스에 남겠다”는 의사를 건넸다.

한국 경찰은 이에 유력한 용의자인 베로니크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프랑스측과 공조를 통해 체포영장 신청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수사는 벽에 부딪혔다. 경찰이 입건할 경우 베로니크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되지만 한국과 프랑스 간 범죄인 인도조약이 아직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아 강제 소환 등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측의 수사 의지도 처음에는 미약했다. 쿠르조씨 부부가 프랑스로 출국한 이후 프랑스 당국에서 실시한 수사는 8월10일 쿠르조씨 부부를 투르 경찰서에서 2시간 남짓한 예비조사가 전부였다.

사건이 점점 더 미궁으로 치닫자 프랑스 내 관심도 커졌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와 최대민영 TV TF1도 뉴스를 내 보냈다. TF1은 8월 말 직접 한국에 취재진을 파견했으며 9월4일 특별 프로그램을 내 보내기도 했다.

프랑스 여론이 관심을 갖게 되자 프랑스 당국의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프랑스측은 한국 검찰에 형사사법공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이에 따라 한국 검찰은 쿠르조씨 두 부부에 대한 출석요구서와 함께 사건 관련자들의 신문 기록, 국과수의 유전자 검사보고서 등 수사 자료, 수사 기록 등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9월11일 프랑스측에 전달했다. 9월 18일 검찰에서는 우리측 수사팀을 프랑스에 보내기로 잠정 결정했고, 프랑스측에서도 이에 대해 협조하기로 했다.

▲ 전현석기자
쿠르조씨 부부는 9월26일 프랑스 남부 오를레앙에서 자국 경찰의 두 번째 DNA테스트에 응했으며 서울에서 프랑스 외교관 입회 하에 채취된 갓난아기 사체의 DNA샘플도 9월28일 프랑스 당국에 넘겨졌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 실시한 DNA조사 결과도 우리나라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두 갓난아기의 부모는 쿠르조씨 부부이며, 쿠르조씨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이 분명해 진 것이다.

전현석기자 winwin@chosun.com

입력 : 2006.10.11 13:25 44' / 수정 : 2006.10.11 18:13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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