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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엄마들은 얼마나 웃고 있을까?
‘엄마와 딸’ 앵글에 담은 386사진작가 이선민씨
“이상은 높았지만 내딸 최고로 키운다는 현실에 주저앉았죠”

▲ “댁의 따님, 혹시 공주로 키우고 계신 건 아닌가요?”이선민씨(왼쪽)의 사진전‘트윈스’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을 초등학교 2학년 딸 자윤이가 찾았다. /김보배 객원기자
“억울하게 참고 빼앗기기만 하고…난 엄마처럼 살지 않아!” 386세대 여성들은 80년대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으며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이제 엄마가 된 그들은 꿈을 이뤘을까? 자신의 딸들은 과연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있는 걸까?

386세대 출신의 사진작가로 아홉 살, 여섯 살 남매를 둔 이선민(38)씨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젓는다. “나와 내 딸, 우리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굴레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자괴감이 든다”는 그가 ‘반성하는 386 여성’의 시선으로 또래 어머니와 딸들의 모습을 포착한 색다른 사진전을 열고 있다.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이 사진전의 제목은 ‘트윈스(Twins)’. 전시된 사진 작품엔 제목 그대로 쌍둥이처럼 보이는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 똑같은 패턴의 옷과 장신구를 맞춰 입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와 딸들. 배경이 되는 아이의 방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유럽풍 혹은 디즈니풍의 가구와 책장을 빼곡히 메운 책들. 레이스 달린 분홍색 커튼과 로맨틱 스타일의 침대, 아이들 머리 위엔 앙증맞은 왕관까지 얹혀 있다.

“커튼, 침대는 물론 머리핀 하나까지 엄마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딸들의 모습이 재미있고도 낯설었어요.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 그 엄청난 경쟁과 문화충격 속에 엄마들이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던데, 저 역시 그랬지요. 치열한 교육경쟁에서 내 딸만은 최고로 살아남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히죠. 엄마의 욕망과 꿈이 ‘과격하게’ 투영된 딸의 모습, 그들 사이의 세속적인 경쟁. 엄마와 딸은 물론, 엄마와 엄마들까지도 물리적인 ‘쌍둥이’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촬영은 자신이 살고 있는 분당 신도시, 딸 자윤(9)이와 또래인 아이들 집에서 진행했다. 물론 촬영을 거절한 엄마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즐거운 얘기는 아니니까요. 개중에는 사진작가에게 사진 찍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멋지게 포즈를 취해준 엄마들도 있었어요.(웃음) 모두가 어쩌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아이와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은 없는 걸까. 이 사진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들이 자라면 곧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성(城)만을 쌓는 대신, 물질 이외의 것으로 아이를 풍요롭게 해줄 묘안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요? 아파트와 백화점과 학원가만 순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찾는 등 삶에서 스스로 누릴 자리를 한곳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요?”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입력 : 2006.09.04 23:4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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