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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최초의 전차개통식 사진 첫 발견
고속철 원년에 만난 한국電車의 원년
당시 美'콜리어 위클리' 보도 사료수집가 김영준씨 입수
신형준기자 hjshin@chosun.com
입력 : 2004.05.18 18:03 21' / 수정 : 2004.05.19 05:53 15'

우리나라에 도입된 최초의 전차(電車)였던 한성전기회사 전차의 개통식 사진이 처음으로 발견·공개됐다.


▲ "전차 구경가세!"1899년 5월 4일 오후 3시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전차의 개통식을 구경하기 위해 동대문에 구름처럼 모인 당시 한성 백성들. 동대문 아래쪽에 지붕을 세운 건물은 전차 보관소이다. 사진제공=김영준씨

사진은 당시 미국에서 발행되던 주간지 ‘콜리어스 위클리’(Collier’s Weekly) 1899년 7월 15일자에 화보 형식으로 실린 6장으로, 근현대사 사료 수집가 김영준(54) 시간여행 대표가 최근 캐나다에서 입수했다. 잡지는 ‘한국인의 폭동과 악마의 차’라는 제목의 화보에서 1899년 5월 4일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열렸던 전차 개통식 때 동대문 성곽에 구름처럼 모인 구경꾼 등을 담고 있다. ‘폭동’이나 ‘악마의 차’라는 단어가 제목에 사용된 이유는 전차 개통 며칠 뒤 어린 아이가 전차에 깔려 죽으면서 폭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잡지는 “한국인들은 전차를 악(惡)의 음모(machination)로 보았으며, 나라와 민족에 가공할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적었다.

1899년 5월 4일 전차 개통식 당시의 사진은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1899년 9월 18일 개통한 경인철도 개통식 사진은 발견됐으나 이보다 4개월 빠른 한성전차 사진의 발견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9세기 말 전차로 인해 시작된 근대 대중교통혁명의 시작을 조선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를 웅변하는 사진”이라고 평했다.



▲ 전차 개통식을 구경하기 위해 동대문 성곽 아래쪽에 모인 백성들과 미국인들. 전차는 미국의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 제작돼 개통식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걸려 있다.

조선 황실이 단독 출자해 세웠지만 미국인 콜브란(H Collbran)이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성전기회사가 당시 한성(서울)에 전차사업을 추진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서울에 대중교통 수단이 없었고,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이후 고종이 황후의 능인 청량리 홍릉(현재는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에 행차할 때마다 10만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전차를 타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낙성대경제연구소(소장 이영훈)에 따르면 당시 10만원은 80㎏ 쌀 1만 가마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기공식은 1898년 9월 15일 경희궁 앞에서 열렸다. 1899년 4월 26일 콜브란이 사회 저명 인사에게 보낸 초청장에는 ‘대중이 익숙해질 때까지 전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5마일(8㎞)로 운행할 것이며, 그 뒤로도 시속 15마일(24㎞)은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전차는 5월 4일 오후 3시 동대문 경희궁 흥화문 간 첫 운행에 성공했으며, 5월 20일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당시 독립신문 등에 따르면 전차는 정거장이 없이 손을 흔들어 탈 수 있었고, 5세 이하는 무료였다. 요금은 종로에서 동대문까지 상등칸은 엽전 3전5푼, 하등칸은 1전5푼으로, 당시 쌀 1㎏ 가격이 4~5전인 점으로 미뤄 요금은 비싼 편이었다.

개통 초기 전차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일단 타면 동대문과 서대문 사이를 왕복하면서 좀처럼 내리지 않았고, 전차만 타다가 재산을 탕진한 사람도 있었다고 당시 신문들은 기록하고 있다.



▲ 전차 발전소가 세워졌던 건물.
발전소는 1905년 을사늑약에 체결되자 자결했던 민영환 소유의 부지에 세워졌다.

그러나 개통 직후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장안에서는 전차 때문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개통 1주일째 되던 1899년 5월 26일 파고다공원 앞에서 어린이 한 명이 전차에 치여 죽게 되자 전차에 대한 군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군중은 전차를 세운 뒤 일본인 운전사와 차장에게 뭇매를 가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이 사고로 전차는 3개월 가까이 운행을 멈추었다. 서울의 전차는 이후 70년 가까이 운행되다가 1968년 11월 30일 운행을 멈췄다.

사진 소유자 김씨는 이 사진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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