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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미 유엔대사 사퇴 파장과 의미
반기문 차기총장, 유엔운영 부담 줄어들까

존 볼턴 주유엔 미국 대사가 결국 물러났다.

볼턴 대사의 사퇴 결심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마지못해 수락하는 형식을 띠긴 했지만 사실상 교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차기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볼턴 인준 거부의사를 확실히해왔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볼턴에 대해 거부감이 적지 않았던 터라 부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이 유력시되는 민주당 조 바이든 의원은 “볼턴은 공화당이 지배하는 현위원회에서도 투표조차 못했던 인물”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공화당 링컨 채피 의원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이 중간선거를 통해 표출된 상황에서 민의에 거슬러 볼턴대사 인준을 찬성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볼턴 카드’를 끝까지 고수했다면 의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과 백악관은 새해 벽두부터 대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부시의 볼턴 교체는 민주당과의 첨예한 갈등이나 극한 대치는 원치 않는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 지지도가 32% 안팎을 맴도는 최악의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없이는 국정 운영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으로 이어질게 자명한 상황에서 ’볼턴 카드’를 거둬들였다는 해석이다.

미국 외교의 강경분위기를 주도해온 볼턴 대사가 사퇴함으로써 향후 미국 외교에 적잖은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 11.7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맏형역을 해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사퇴한데 이어 볼턴도 물러남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몰고, 선과 악의 기준에서 모든 것을 평가하는 네오콘의 강경 외교기조가 퇴조하고 온건 보수주의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현실주의 외교가 주류를 이루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볼턴은 유엔대사 재직시 북한과 이란의 핵프로그램, 수단 다르푸르 분쟁 등과 관련, 부시 행정부의 강경 외교기조를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 유엔 외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아닌게 아니라 볼턴은 대북 제재결의안 처리를 주도했고, 이란과 미얀마에 대해서도 제재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네오콘의 핵심적 인물이었다.

일각에선 내년 1월 1일부터 정식 업무에 들어갈 반기문(潘基文) 유엔 차기 사무총장이 일을 하기가 한결 수월해진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반 차기 총장과 볼턴이 평소 신뢰가 두터웠다는 점에서 볼턴이 유임됐더라도 반 총장의 유엔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볼턴이 워낙 강경파여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유일 강대국인 미국의 입장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컸다는 점에서 “반 차기 총장에게 잠재적 두통거리가 없어졌다”는 일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 그러나 “볼턴의 교체로 미국의 대 유엔 및 한반도 정책에 당장 큰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찌됐건 럼즈펠드와 볼턴의 연쇄 퇴진은 네오콘의 퇴조를 재촉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미국의 세계 전략을 쥐락펴락했던 ’역대 최강’ 국방장관 럼즈펠드와 유엔의 개혁을 주창하며 전례없이 유엔을 강하게 압박해온 볼턴의 존재는 그 자체가 미국 패권주의 역사의 한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미국 주류 정치권에 살아남은 핵심 네오콘은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에이브럼스 보좌관,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담당차관 정도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정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 헨리 폴슨 재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 등 온건 현실주의자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오콘의 대표적 이론가인 로버트 케이건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과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이 최근 “현실주의 움직임은 미국의 원칙은 물론이고 미국의 이익과 동맹을 저버리는 ’코드’로 변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서 이런 기류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체니 부통령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하고 네오콘이 추진해온 갖가지 어젠다의 실질적 책임자로 꼽혀온 에이브럼스 보좌관, 조지프 차관의 영향력이 막강해 속단은 금물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볼턴대사의 사퇴가 수렁에 빠져 있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부시 대통령의 정책 수정을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입력 : 2006.12.05 02:23 27' / 수정 : 2006.12.05 02:2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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