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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에 굴복안해”… 日국민 지지 얻어
야스쿠니 참배 왜 고집할까 답변=박철희(朴喆熙)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침략전쟁 미화의 상징… “일왕이 참배” 주장까지
아시아외교 실패의 원인 일본내 반대여론도 많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神社) 참배를 둘러싸고 한·중·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 외상은 최근 일왕(日王)의 신사참배까지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었다. 그동안 이 문제에 침묵하던 미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중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 국민이 그토록 싫어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일본이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스쿠니 신사 왜 문제되나

일본에 수많은 신사가 있지만, 야스쿠니는 여타 종교시설과 달리 일왕을 위해 전사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특별한 종교시설이다. 특히 1978년 야스쿠니 신사가 14명의 A급 전범(戰犯)들을 합사한 이후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정치적 신사로 부각되었다. 일본 총리 및 정치인들이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신사참배를 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됐다. 일본의 과거회귀를 연상시키는 장소가 되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왜 참배를 고집하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2001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행하는 것이다. 경쟁자인 하시모토 전 총리를 지지하던 일본유족회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개인적 감정이 작용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가미카제 특공대가 출격하면서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는 일화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반성외교를 주장하는 일본의 혁신세력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자민당의 전략이기도 하다. 고이즈미는 신사참배를 통해 ‘주변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인한 이미지와 ‘말한 것은 지킨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본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일본은 신사참배가 어디까지나 국내 문제이며, 전쟁을 미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두 번 다시 불행한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긴다. 특히 성장하는 중국이 신사참배와 과거사문제로 아시아의 맹주국이었던 일본의 목을 죄어온다고 보고 강하게 대항하고자 하는 것이 일본의 태도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논리는 A,B,C급 전범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일본의 침략적 전쟁을 상기시키는 야스쿠니 신사의 특수성을 무시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 국민의 감정을 도외시한 자기만의 억지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갈등의 근저에 있는 한 한국과 중국 대 일본의 대결구도가 짜인다.

◆일본 내 여론은 어떤가

아소 외상을 포함한 자민당 내 강경보수파 의원들은 일본의 국가적 자존심 회복을 위해 ‘무릎꿇기식 외교’에 반대한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그만두더라도 한국, 중국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들을 또 들고 나와 사과와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 내 온건파와 혁신세력은 아시아외교의 좌절을 근심하고 있고, 일본의 대외적 이미지 손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보수세력의 중심인 요미우리 신문은 고이즈미의 개인적 소신에 기인한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가져오는 아시아외교의 실패를 비판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일본 내부적으로도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헌법상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크다. 그래서 A급 전범 분사나 대체시설 건설 주장이 나온다. 이 문제는 올 9월 고이즈미 퇴임 이후 차기 자민당 총재 선출에서도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세대 간 인식 차 있나

전쟁을 경험한 일본의 올드 제너레이션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들도 군부의 일방적 행위에 대한 피해자라는 의식이 강하다. 동시에 아시아국가를 침략했다는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않아, 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반면 전후 세대, 특히 70~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국가에 대한 긍지가 강하다. 이들은 전쟁과 식민지라는 부정적 유산을 자신과는 동떨어진 ‘조상들의 이야기’로 이해하려 한다.

정리=최원석기자 yuwhan29@chosun.com
입력 : 2006.02.03 02:22 33' / 수정 : 2006.02.03 13:5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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