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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에이즈, 편견과 차별을 넘어…

▲ 최강원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회장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1988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회의에서 148개국이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세계 에이즈의 날이 제정되었다.

전 세계는 이날을 맞아 에이즈 예방은 물론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일제히 펼친다. 올해는 19번째 캠페인으로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해소’가 주제이다.

에이즈가 발견된 것은 1981년인데 왜 7년 후에 이런 기념일이 제정되었으며, 어떤 내용이 합의되어 선언되었을까?

한때 미국에서 에이즈 감염인이 의사에게 침을 뱉은 것이 살인 미수에 해당한다고 해서 대서특필했던 기사가 기억된다. 이렇듯 초기에는 세계 각국이 예외 없이 에이즈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와 위협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현실 앞에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너 나 할 것 없이 에이즈에 대한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반성과 성찰이 있었다. 에이즈 예방은 감염인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감염인에 대한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활발한 정보 교환과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이룰 수 있다는 합의와 공감대가 생겨난 것이다.

편견과 차별은 막연한 두려움과 잘못된 지식의 결과이다. 중세 페스트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가 균을 옮긴다 하여 마구 도살했다. 하지만 진짜 숙주였던 쥐는 여전히 번식하여 페스트가 더욱 창궐하게 됐던 것이다.

에이즈 역시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 질병이라고 위협을 한 초기의 대응이 잘못된 결과만 초래했다. 전파 경로만 알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인데도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심만을 유발하였다. 정작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전파 경로나 예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에이즈’라는 질병과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극심한 편견과 차별 의식만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에이즈 감염인이 학교나 직장에서 쫓겨나듯 떠날 수밖에 없었고, 가족과 동료로부터도 배척되는 것이 현실이다. 몸이 아파 인근 병원을 찾지만 감염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진료조차 중단하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진료를 꺼리는 것이 대부분 국내 병원의 현실일 것이다.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는 4000여 만 명으로 집계된다. 올 한 해만도 430여 만 명이 새로 감염되었으며 290여 만 명이 사망했다고 유엔에이즈(UNAIDS)는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공식 보고한 국내 에이즈 감염인은 4401명이며 하루 2.1명이 새로 감염되고 있다. 하지만 보고되지 않은 감염인을 감안한다면 실제는 이보다 몇 배 많을 것이다.

국내 에이즈도 초기에는 동성애관계나 외국 여성을 상대한 사람들에게 주로 감염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이성 간의 성 접촉에 의한 감염자가 가장 많으며 연령과 직업도 다양해졌다. 이같은 사실은 에이즈가 더 이상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누구든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심지어 자신이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생활하다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았다가 알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가?

에이즈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감염자와의 성 접촉이나 감염된 혈액의 수혈, 감염된 여성의 출산에 의해 에이즈가 전파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러한 전파 경로만 확실히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또 전국의 보건소와 에이즈 민간 단체에서는 주소지 등에 관계없이 가명(익명)으로 무료 에이즈 검사를 하고 있어 누구든지 자신의 감염 여부를 언제든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에이즈에 대해 올바로 알고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때 우리 모두가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최강원 ·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회장 · 서울대 의대 교수
입력 : 2006.11.30 22:3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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