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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또 TV를 부수고 싶게 만들지 말라

▲ 류재천 한림대 교수,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석 중이던 KBS 사장에 정연주씨를 임명했다. 이미 누구나 예측했던 대로 짜인 각본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므로 새삼스러울 것조차 없다. 그동안 절대다수의 KBS 사원들과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정연주씨의 사장 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그 이유는 그가 지난 3년간 KBS를 이끌면서 이른바 ‘개혁 프로그램’이라는 것들을 만들어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채 철 지난 좌파 이념을 확산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각종 사회 갈등을 부추겨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KBS의 경영 부실을 초래했고, 자신의 취득세를 탈루하는 등 무능력과 부도덕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파의 이익을 위해 편파방송, 정치교화(敎化) 방송의 도구로 전락시킨 정연주씨를 다시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말할 것도 없이 내년의 대선 정국에서 KBS를 ‘코드 정권’ 재창출의 선전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밖에 또 무슨 동기가 있겠는가. 이런 속셈을 짐작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만큼 우리 국민도 충분히 단련되었다.

그래서 정연주씨에게 충고한다. KBS 사원의 82.4%가 당신의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는 현실과 수많은 시민단체와 야당도 같은 입장이라는 내외의 도전은 정연주씨와 KBS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정연주 신임사장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지난날의 오점을 씻어내고 공영방송의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지 않으려면 적어도 두 가지 자세를 견지해야만 할 것이다.

첫째,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을 재임명한 이 정권의 기대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도록 자신을 추슬러야 한다. 만약 정연주 사장이 그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면 정권의 미움을 받을지언정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입지는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둘째, 내년 대통령선거 정국에서 공정한 선거방송이 되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불공정 방송”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탄핵방송과 같은 만용을 되풀이한다면 정연주씨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주구(走狗) 노릇을 하는 도구로 만들었다는 오명을 역사에 남길 뿐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저항을 불러일으켜 마침내 자신은 물론 KBS까지도 파탄에 이르게 만들 것이다. 이제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은 방송이 국민의 이익과 편의와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을 바꿀 권리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만약 정연주씨가 이와 같은 두 가지 자세를 견지하지 아니하고 지난 3년간 했던 것처럼 KBS를 편파방송, 특정이념을 지향하는 정치교화 방송으로 이끈다면 사장으로서 염원하는 수신료의 현실화 등 KBS가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을 한 번 더 경고하고자 한다.

어쩌면 정연주씨에게는 사장에 재임된 것이 기회일는지 모른다. 이 기회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정연주씨의 선택에 달렸다. 정권은 유한해도 국민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무서워할 줄 알면 된다. 제발 또다시 TV를 부수고 싶게 만들지 말아 달라.

류재천 한림대 교수,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
입력 : 2006.11.26 22:4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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