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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론스타 사건, 외계인 눈으로 보면…

▲ 김형태/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퓨처 싱크’라는 책에 있는 이야기다. 두 명의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왔다. 이들의 임무는 누가 지구를 지배하는가를 정확히 관찰해 보고하는 것이다. 한 달 후 이들은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작성해 보냈다. “지구에는 바퀴가 네 개 달린 자동차라는 것이 살고 있다. 자동차는 다리가 둘 달린 인간이란 노예를 데리고 다닌다. 매일 아침 시계라는 장치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 인간을 깨운다. 인간은 허겁지겁 일어나 자동차를 모시고 주차장이라는 사교클럽에 간다. 인간은 자동차를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 종일 회사라는 곳에서 일하고 자동차들은 서로 어울려 하루종일 논다.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자동차다.” 동일한 현상도 생각의 틀을 바꾸면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23일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팔기로 했던 계약을 전격 파기했다.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등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과 관련된 한국 검찰의 수사로 국민은행과의 매각 협상이 지연되자 극단적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자칫 외국자본이 이탈하거나 우리가 다시 어려워질 때 외국자본이 들어오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외국자본이 큰 이익을 본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물론 그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단호히 처리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생각의 틀을 바꾸어 보면 ‘외국자본 이탈’보다 실로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외계인의 눈으로 론스타 문제를 살펴보자. 외계인은 논의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외국 펀드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관련해 외계인이 던지는 질문은 “어디가 과연 한국 기업인가”라는 것이다.

중국에 공장이 있고 종업원은 물론 CEO도 중국 사람이다. 물건도 ‘메이드 인 차이나’다. 어느 나라 기업인가? 지구인의 대답은 당연히 중국 기업이다. 그러나 외계인의 답변은 다르다. 충분히 한국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중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이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되고 발행 주식 대부분을 한국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면 사실상 한국 기업이다. 주가 상승 이익을 한국 투자자들이 향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세계 곳곳에 우리 기업을 가질 수 있다. 경제적 영토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 기업을 어떻게 국내시장에 상장시킬 것인가. 외국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외계인은 생각이 다르다. 외계인은 먼저 외국 기업을 인수하라고 충고한다. 기업 인수 사모펀드(PEF)가 외국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가치를 증대시켜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된다.

땅덩어리가 좁으면 생각을 넓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영토적 한계를 극복하고 생존과 번영을 유지하는 길은 해외에서 외국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제는 국내시장에서 외국 자본과 경쟁하는 단계를 넘어, 우리가 해외에 진출해 외국 자본으로 인식되는 시기다.

이렇게 보면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걱정해야 할 점은 외국 투자자의 이탈이 아니다. 우리를 외국 자본으로 받아들이고 주시하고 있는 중국·베트남·몽골이 걱정이다. “아, 알았다. 지금은 필요하니까 한국 펀드 받아들이고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뒤통수 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진정한 애국자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외국 펀드 때려 잡자고 하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자요 민족주의자이고, 외국펀드를 공정하게 다루자고 하면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매국노인가. 절대 아니다. 진정한 애국자는 시장을 존중하고 용기 있게 대한민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다.

치열한 금융전쟁 시대, 대한민국은 ‘21세기 고구려’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경제 전사들의 해외영토 확장에 지장이 없도록 외국 펀드 사건이 깔끔히 매듭되기를 기대한다.

김형태·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입력 : 2006.11.23 22:47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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