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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어느 초등생 성폭행범

▲ 신의진/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여성가족부 산하 아동성폭력 전문치료기관인 해바라기 아동센터의 3년간 자료를 보면 흥미를 끄는 결과가 있다. 미성년 성폭력 가해자가 전체 가해자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즉 13세 이하 어린이 대상 성폭력 가해자의 30%가 미성년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어린 가해자들은 대부분 만 13세 이하의 연령이라 법적 처벌 근거도 없다. 문제는 이들이 자라면 만성적 성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는 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성(性) 발달 수준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의 성 발달은 해부학적 성징과 정신적 성 발달이 함께 이루어진다. 남녀의 특징적 성징이 나타나는 것은 사춘기 이후이지만 정신적 성 발달은 학령전기 연령부터 활발히 일어난다. 예를 들어, 내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인지하는 성 정체감은 생후 약 18개월경이며, 성 정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트랜스젠더처럼 자신의 현재 성을 불편하게 여겨 바꾸고 싶어하게 된다. 그리고 서너 살이 되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성기에 관심이 많아지고 성적 흥분도 잘 느껴 일시적 자위행위도 보인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이런 성적 관심보다 학업이나 친구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을 많이 보이다가 초등 5, 6학년 사춘기에 접어들면 다시 성적인 관심이 폭발하게 된다.

이 사춘기 때부터 많은 문제가 발견된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급속히 증가하는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 충동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란물들이 사춘기 소년들에게는 주체하기 어려운 성적 자극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업에 시달리느라 성적인 긴장을 풀 수 있는 신체활동 또한 제한적이고, 친구들과 함께 성적인 관심을 공유할 기회 또한 갖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태적인 정신적 성 발달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면담한 초등 6학년 성폭력 가해자가 떠오른다. 바쁜 맞벌이 부모를 둔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 챙기고 공부도 잘 해서 주변에서는 모범생으로 칭찬받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고 공부 이외 취미생활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초등 4학년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이후 변태적인 성적 환상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결국 성 충동이 증가하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혼자 즐겼던 변태적인 성적 환상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는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성교육은 주로 피임이나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와 같은 지식을 전달하는 내용, 그리고 성폭력을 예방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건전한 정신적 성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이다. 특히 건전한 정신적 성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내용, 그리고 동성애를 비롯한 성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현상도 함께 포함시켜야 청소년들이 포괄적인 의미의 건전한 성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또한 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성적 자극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막고, 성의 상품화 및 문란한 어른들의 성문화를 정화하는 정부의 정책과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 발달은 성폭력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의진·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입력 : 2006.10.27 22:45 05' / 수정 : 2006.10.27 23:29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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