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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PD수첩 vs 네티즌

▲ 신동흔 기자
그날 밤 MBC ‘PD수첩’은 심했다. 방송 후 사흘이 지나도록 시청자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을 보면, 지난 22일 밤 PD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은 프로그램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

PD수첩의 표현은 의도를 의심케할 만큼 과했다. 여성의 난자 ‘채취’(혈액 등 인체의 성분만을 뽑아내는 것)에 대해 ‘적출’(장기를 꺼내는 것)이라는 표현을, 간단한 의료행위를 일컫는 ‘시술’이라는 표현대신 좀 더 무거운 느낌의 ‘수술’이라는 표현을 썼다. 난자 채취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케이스만을 ‘발췌’해 보도했다. 전날엔 보도자료를 만들어 뿌리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있는 그대로의 문제를 보여주고, 시청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반(反) 황우석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성난 네티즌들은 PD수첩으로 몰려 들고 있다. 이들은 PD수첩에 광고하는 업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고, 광고주들에게는 광고중단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국 ‘입’이 무서운 광고주들은 광고중단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문제는 네티즌이 ‘PD수첩’을 비난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PD수첩’은 ‘연구의 윤리’ 문제를 짚는다고 해놓고는, 스스로의 선정성 속에 함몰된 경향을 보였다. ‘보도의 윤리’를 상실한 대목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네티즌의 ‘반박의 윤리’ 역시 정상적인 수치를 벗어나고 있다. ‘내 생각과 다르면 적’이라며 융단 폭격을 퍼붓는 것은 넓게 보면, 언론의 자유에 관한 중대한 압박이다.

젊은 네티즌들의 목소리는 그 세대들이 배척해 왔던 전체주의의 목소리를 닮아있는 것 같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아버리는 건, 슬픈 일이다.

신동흔 엔터테인먼트부기자 dhshin@chosun.com
입력 : 2005.11.26 01:3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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