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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부시 행정부에 대한 음모이론은 부당

▲ 래리 닉쉬 / 미국 의회조사국 아시아문제 전문가
마이클 그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이 지난달 한국·중국·일본 3국을 순방했다. 그린 국장의 임무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의한 비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이 옳음을 한국과 중국 정부에 확신시키려는 것이었던 듯하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의 주장을 지지하지만, 한국의 젊은 학자 등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많이 갖고 있다. 그들은 한국 정부 관리들이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졌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 내의 이런 회의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북한을 유화정책으로 대하는 한국은 우라늄 농축에 관한 평양의 부인(否認)을 믿는 경향이 있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라크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점도 미국의 북핵 정보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원인이다. 한국인들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체제 변화를 시도하려고 이런저런 주장을 짜 맞춘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판단은 각종 증거와 평가로 뒷받침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이 프로그램에 파키스탄이 개입돼 있다는 정보는 1998년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2000년까지 이 정보가 사실이라고 확신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등 당시 고위관리들은 최근 함께 펴낸 저서에서 “우리는 1990년대 후반까지 북한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클린턴 행정부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는 1999년 초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북한은 일본에서 우라늄 농축 기술을 구입하려고 시도 중이며, 우라늄 농축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파키스탄이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는 1999년 당시 외국에서 핵기술을 확보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언급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1998~2000년 세 차례에 걸쳐 파키스탄 지도자들에게 “파키스탄이 북한에 우라늄 농축 원료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당시 미 고위관리의 증언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4월 “북한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거나 개발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3년 러시아 국방부와 해외정보국의 보고서는 각각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의 핵 전문가 칸 박사는 작년 3월, 파키스탄과 북한이 1991년 무렵부터 우라늄 농축에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003년 7월 “1996년에 북한 국가안보 최고담당자에게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국 정부 관리들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오래 전부터 북한을 의심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999년 7월 “북한과 파키스탄이 미사일 기술과 핵 기술을 교환하고 있다는 단서가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결론적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핵과 관련된 주장을 조작한다는 ‘음모 이론’은 부당하다. 한국·중국·러시아는 마음을 열고 미국 주장의 신뢰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는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다.

정리=이동혁기자 dong@chosun.com
래리 닉쉬·미국 의회조사국 아시아문제 전문가
입력 : 2005.03.20 19:07 25' / 수정 : 2005.03.20 19:2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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