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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뜨는… 휘는… 투명한… ‘콘크리트의 반란’
반투명·컬러 콘크리트로 조형물 화려하게 살아있는 초록색 도시로
물과 공기가 통하고 공해물질까지 흡수하는 親환경 콘크리트까지
수명 200년 초고강도, 손상땐 스스로 고치고… 다기능 잇따라 개발

햇빛이 은은히 비치는 반(半)투명 콘크리트, 나무와 풀을 키우고, 대기오염 물질을 잡아먹는 첨단 콘크리트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칙칙한 잿빛도 벗어 던졌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색깔도 낼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건물·교량이 2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초강도에서 물에 뜨는 초경량 콘크리트까지 개발됐다. 건설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자원낭비를 줄이는 일석 이조의 효과다. 진한 초록색이 살아 있는 콘크리트 도시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도시가 화려하게 바뀐다.

미국 워싱턴 국립건축박물관에 가면 ‘액체 돌’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 벽 뒤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는 이 작품의 재료는 반(半)투명 콘크리트인 ‘리트라콘(Litracon)’이다. 헝가리 건축가 아론 로손치(Aron L osonczi)가 개발한 이 콘크리트는 타임(Time)의 ‘2004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물·시멘트·돌가루와 함께, 광섬유가 수백만 개의 작은 유리창처럼 평행으로 정렬돼 있어 한 쪽에서 빛을 비추면 광섬유를 통해 반대편에 빛이 나타난다. 로손치는 아예 회사를 차려 반투명 콘크리트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스웨덴의 교회를 비롯한 여러 건물 벽에 채용돼 햇빛이나 조명이 은은히 비치는 효과를 낸다. 지하철역이나 지하업소의 비상통로 지붕재에 쓰면 정전이 돼도 햇빛이 통과하기 때문에 비상 탈출을 도울 수 있다. 반투명 콘크리트는 광섬유를 정확하게 정렬하는 정도에 따라 빛의 투과도가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광섬유를 배열하고 시멘트와 광섬유 사이를 촘촘히 채우는 기술이 부족해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다.


반투명 콘크리트가 빛을 살려냈다면 컬러 콘크리트는 색깔 혁명을 이뤘다. 콘크리트는 통상 무채색인 회색 그대로 사용된다. 경제성 때문이다. 이는 콘크리트 건물을 도심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컬러 콘크리트는 시멘트에 색을 내는 안료를 첨가하거나 색깔이 있는 골재를 사용해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과 친밀함을 준다. 이미 주택가 도로나 정원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역사유적, 문화공간, 젊은이들로 붐비는 거리의 특색을 살리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예전 컬러 콘크리트는 도료를 표면에 바르는 방식이 사용됐지만, 3~5년 간격으로 새로 칠해야 하는 단점이 컸다. 요즘에는 아예 시멘트 제작 과정에서 안료를 첨가, 반영구적으로 색깔을 낸다.


■공해 잡고 환경도 살린다.

빛과 색이 살아난 콘크리트가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물이 통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투수(透水) 콘크리트가 대표적이다. 콘크리트 중간 중간에 미세한 구멍들을 만들어 공기나 물이 잘 통하게 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이 기능은 도심 홍수 예방에 유용하다. 도시를 뒤덮은 콘크리트는 폭우가 내릴 경우 비가 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하수도로 몰리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투수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는 빗물을 땅이 흡수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부피의 20~35%를 미세 구멍이 차지 하기 때문에, 식물도 키울 수 있다. 가령 한강변을 따라 죽 늘어선 콘크리트 제방을 투수 콘크리트로 교체하면 제방 위에 나무와 풀이 자라 자연 강변과 똑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동물의 서식지가 될 수도 있고, 공해 물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갖게 된다. 음악 연습실의 방음벽처럼 미세한 구멍이 소음을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문화 복합 시설, 병원 등 공공 건물에 많이 쓰이고 있다.


질소산화물 흡수 콘크리트는 공해물질을 잡아 먹는 콘크리트다. 자동차 등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은 햇빛을 받으면 인체에 해로운 오존(O3)으로 변한다. 질소산화물 흡수 콘크리트는 표면에 이산화티타늄 등 광촉매 물질을 발랐다. 햇빛을 받으면 광촉매에서 나오는 활성산소가 대기 중의 질소산화물을 산화시킨다. 이 때 만들어지는 초산염은 콘크리트 내부의 ‘제올라이트(미세구멍이 나있는 흡수제)’에 흡수된다. 배기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터널이나 도심 건물 외벽 등에 요긴하게 쓰인다.

에코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는 원료가 쓰레기다. 도시 쓰레기를 태운 뒤 남는 재나 하천·하수에 포함된 각종 오니(汚泥)에 시멘트 원료 성분이 포함된 것에 착안해 만든 자원순환형 콘크리트다. 보통 ?당 소각재나 하수오니와 같은 폐기물을 500㎏ 이상 사용한다고 한다. 1994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일본은 이미 1997년 에코시멘트의 제조 기술을 확립했고, 2002년 정식제품규격도 정했다. 탄소, 금속합금이 포함돼 도심에 만연한 전자파를 차단하는 환경 친화형도 있다. 세균 감염을 차단하는 항균(抗菌) 콘크리트, 해양구조물에 달라붙는 해조류 차단 콘크리트도 개발되고 있다. 환경친화 콘크리트는 보통 콘크리트보다 제작비가 3~10배 가량 높아 특수 용도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각광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초경량 콘크리트, 다리 수명 200년으로.

소나무는 강한 바람에 부러지지만 잘 휘는 대나무는 끄떡 없다. 같은 원리로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의 기본 재료로는 물에 뜰정도로 가벼운 초경량 콘크리트가 각광받고 있다.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기포를 넣거나 가벼운 골재를 사용해 무게를 크게 줄였다. 그 결과, 건축물의 길이와 크기를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지진이 나도 건물이 받는 충격이 줄어든다. 당연히 내진설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콘크리트 운송 비용도 보통 콘크리트보다 10~20% 적게 든다. 하지만 콘크리트의 대량사용은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엔 콘크리트의 수명을 늘려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통상 일반 아파트에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강도는 20~40메가파스칼(MPa)이다. 교량에는 60~70MPa급 콘크리트가 쓰인다. 반면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100MPa 이상의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짓고 있는 버즈 두바이 빌딩에는 120MPa의 초고성능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선유도 보도육교의 무지개다리는 2002년 프랑스에서 재료와 기술을 들여와 만든 초고성능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국내 자체 연구도 한창이다. 2005년 대우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한국도로공사·도로교통기술원 등이 고성능 다기능 콘크리트 연구단(약칭 콘크리트코리아 연구단)을 발족시켰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명이 200년인 다리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는데, 콘크리트 압축 강도는 200MPa이나 된다. 콘크리트에 있는 미세한 구멍에 섬유질이나 나노미터(10억분의 1m)크기의 입자를 채워 넣은 다음 골재를 균일하게 배치해 강도를 높였다. 다리 상판에는 철근 대신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된 구조체를 사용해 부식을 막았다. 다리의 수명이 보통 50년인 데 비해 4배 이상 수명이 늘어났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제조비가 3~4배 가량 높다. 하지만 강도가 높아 건물이나 교량의 단면적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철근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덕분에 재료 단가는 높지만, 제작비는 10%, 가설비는 30% 줄일 수 있다.

최근엔 손상되면 스스로 치유하는 인텔리전트 콘크리트도 각광받고 있다. 콘크리트를 만들 때 플라스틱 재료를 담은 캡슐을 넣고 열을 가하면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있는 플라스틱 재료가 콘크리트의 빈 공간을 메워 강도를 높인다. 같은 이치로 콘크리트에 힘이 가해져 균열이 발생하면 안에 있는 플라스틱 재료 캡슐이 깨져 갈라진 틈을 메운다. 플라스틱 재료에 색을 집어넣어 균열된 부위가 어디인지를 한눈에 알 수도 있다.

김성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swkim@kict.re.kr
이영완 산업부 기자·과학팀장 ywlee@chosun.com
입력 : 2006.11.24 23:28 04' / 수정 : 2006.11.24 23:3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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