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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건축

고층빌딩이나 기념물, 그리고 정부 청사 앞에 놓인 폭발물 차량에 대한 대비를 목적으로 설계된 큰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9/11이후 몇 달 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사실 그 아이디어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보기 좋은 것에는 식물을 심어놓고, 보기 싫은 것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다.

형식은 기능을 따른다. 중세의 성에서부터 현대의 공항에 이르기까지 안전 문제는 늘 구조에 영향을 끼쳐왔다. 성(城)은 영국 스티븐 왕의 통치 기간 중 등장했다. 최고의 토지 보호 수단이었고 또한 성 건축을 제한할 정도로 강한 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자와 방책에서부터 중세 말기의 동심원 구조의 성, 그리고 완전히 장식적인 19세기의 성에 이르기까지 성의 디자인은 복지와 정치의 혁신에 부응하여 수세기에 걸쳐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들을 이행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었다. 문제는 안전의 위협은 훨씬 빠르게 변하는데 반해 구조는 영구한 경향을 지닌다는 것이다. 건물이 설계될 당시에는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되던 것이 한 세기, 심지어는 10년만 지나도 안 좋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그러한 구조적 결정들을 폐기하기가 힘들다.

1970년대 중반 시러큐스 대학이 새로운 캠퍼스를 지었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60년대 후반에 성황 했던 학생 데모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전통적인 대학 캠퍼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넓은 잔디밭을 설계에서 제외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시러큐스 대학은 여전히 진부한 구시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느라 발목이 묶인 상태다.

이와 비슷하게, 퀘벡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보안상의 염려 때문에 1970년대 몬트리올 호텔들이 입구를 도로보다 더 높게 설치한 적이 있었다. 오늘날 그런 위협은 사라졌지만 그 때 건설된 호텔들은 여전히 진입하기가 힘들다.

역시 1970년대에, 뉴욕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은 독특한 보안 시스템을 만들었다. 문 2개짜리 입구에서 경비가 방문객을 확인하고 접근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모습의 입구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위험은 사라진 지 오래이나 그러한 시스템을 지닌 건물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한 환영과는 거리가 먼 냉대를 받고 있다.

같은 일을 사이버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렌스 레시그(Lawrence Lessig)는 자신의 저서 “사이버공간 법전과 기타 법”을 통해 첨단기술의 인프라 - 인터넷 아키텍처 - 에 관한 결정들이 깊이 고착되는 바람에 변화의 실행이 불가능해진 경위를 설명한다. 파일 카피를 방지하고 익명을 제한하며, 차후 조사를 위해 인터넷 습관을 기록하거나 정보처리상호운용(interoperability)을 줄이고 독점 지위를 강화하는 등의 보안 문제들에 기반을 둔 첨단기술들은 일단 표준이 되면 폐지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구조에 관한 결정이 낳을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순간의 위협에 바탕을 두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스러울 정도로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콘크리트 건물 방책은 예외다. 그것들은 제거 가능하다.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83년, 베이루트의 해군 병영에서 트럭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 워싱턴 D.C.에서였다. 9/11이후, 그것은 별난 지위의 상징 같은 것이 되었다. 즉 그 방벽들은 보존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건물임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뉴욕시 하나에만 50개가 넘는 건물들이 이런 식의 보호를 받고 있다.

오늘날 콘크리트 건물 방책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거대한 재떨이로 변하고 있으며, 폭발될 경우 날아가는 유산탄이 되는 등 안전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는 그것들이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과, 우리 도시 건축물의 영원한 일면으로 끝나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인터넷 아키텍처와 관련된 결정의 일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할 것이다.

- - - 브루스 슈나이더는 카운터페인 인터넷 시큐리티(Conterpane Internet Security)"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고 “두려움을 넘어서: 불확실한 세상에서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기' (Beyond Fear: Thinking Sensibly About Security in an Certain World)”의 저자이다.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연락할 수 있다.

(wired.daum.net) = By Bruce Schneier

입력 : 2006.10.24 1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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