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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 속내를 털어놓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전 휼렛패커드(이하 HP)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에 관해 일체의 소식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녀의 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18개월 전 HP에서 해고되었을 때, 그녀가 CEO로 재직했던 5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재앙의 기간으로 인식되었다. 그녀는 대대적인 합병과 대량해고,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체제개편 등을 통해 HP를 지옥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그러한 조처들은 모두 허사로 끝났다. HP의 주가와 실적은 여전히 바닥을 기는 듯했다. 이제 그녀가 자신의 비참한 이야기들을 300페이지에 걸쳐 대담하게 풀어놓은 책 “힘든 선택: 회고록(Tough Choices: A Memoir)”을 들고 나타났다.

와이어드지의 객원편집자인 프레드 보겔스타인은 그녀의 책, HP에서의 재직, 그리고 현재 HP와 그 이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스파이 추문을 주제로 칼리 피오리나와 인터뷰를 가졌다.

프레드 보겔스타인: 방금 당신의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칼리 피오리나: 컴팩 합병을 놓고 벌어진 소송 때문에 법정에 섰을 때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질문을 듣다 보니 사업이 운영되는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보겔스타인: 사람들이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피오리나: 많은 사람들이 제품라인이나 손익계산서, 정리해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시중에 훌륭한 경영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 중 다수는 다분 형식적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업은 바로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듯 보인다. 만약 사업의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하는 일, 그 일을 하는 이유, 그리고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자극시키는 수단을 바꿔야 한다.

물론 사업에서는 숫자도 중요하다. 그러나 숫자는 대부분 후행지표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떤 기업이 분기에 공지하는 결과들이나 매장에 진열하는 제품들은 이미 내려진 결정의 결과들이다.

사업에는 선행지표들도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반영하는 것 말이다. 고객만족 데이터나 혁신속도 같은 지표들이 그것이다. 그런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예를 들어 기업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싶다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다른 방식으로 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보겔스타인: 이 책을 직접 쓴 이유는 무엇인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 나도 이러한 종류의 고문으로 자신을 몰아갈 준비가 된 경영자들은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피오리나: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니까 잘 알겠지만, 그건 많은 훈련을 요했다. 나는 이 일을 하며 작가들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직접 쓴 이유는 일을 완수하기에 그것이 가장 진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내가 진실로 믿는 것과 내가 정말로 이루어놓은 일, 그리고 나의 진심을 대변해주기를 바랐다. 내 자신의 목소리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나를 왜곡되게 그린 수많은 이야기들과는 반대로, 나는 꼼꼼한 사람이다.

보겔스타인: 캐서린 그레이엄(작고한 워싱턴포스트지 사주)이 자신의 자서전을 내놓았을 때에는 자료조사 방면에서 도움을 받았던 걸로 안다. 당신도 그렇게 했나, 아니면 그 모든 일을 혼자 다 했나?

피오리나: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했다. 막대한 양의 자료를 갖고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자료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그 점을 채워줄 사람들을 찾아가 묻곤 했다. 나를 위해 이 책을 읽어주고 미비한 점을 지적해주며 코멘트를 해 줄 사람들은 있었다. 그러나 조사를 도와준 사람은 없었다. 나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내 집) 차고에 있는 당구장에 작업대를 차렸다.

보겔스타인: 그래서 얼마나 오래 걸렸나?

피오리나: 다 합쳐 약 6개월이 소요됐다.

보겔스타인: 지금 HP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피오리나: 먼저 현재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HP는 리더십에서 오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사실과 그림으로 이 책에서 입증해보이려 애썼지만 나는 컴팩 합병이 옳은 결정이었음이 매우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를 떠날 때 HP가 걷게 된 경로는 성공을 위한 경로였음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1990년대(내가 HP에 입사했을 때)에 HP가 걸었던 길과는 매우 다르다. 다양한 수치와 사실들로 보아 그 당시 HP는 별 볼일 없었음이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HP가 2005년도 초반에 시장의 리더였다는 사실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용구조 · 제품혁신과 설계 · 시장점유율 · 고객만족 분야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과다. 따라서 지금 HP는 뼈를 깎는 노력과 불꽃 튀는 논쟁을 통해 획득된 그러한 리더십 포지션의 결과인 엄청난 추진력을 갖게 되었다.

보겔스타인: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다수는 당신이 해놓은 기초 작업의 결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일은 당신이 (현 회장 겸 CEO인 마크 허드 하에서) HP를 떠난 후 일어난 결과인 것도 같다. 그 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피오리나: 글쎄, 설명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다시 선행지표와 후행지표들로 돌아가 보자. 대기업은 엄청난 추진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추진력의 경로를 바꾸기란 매우 힘들다. 그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크 허드가 2005년 하반기와 2006년에 내린 결정의 결과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실례되는 일이 아니다. 그가 일을 잘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에서 나오는 추진력을 기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어느 모로 보나 마크 허드와 그의 경영진은 잘 하고 있다.

보겔스타인: 이사회에서 일어난 스파이 추문에 관해서도 그렇단 말인가? 책을 읽어본 나로서는 당신이 이번 일에 놀라지 않았을 것 같다.

피오리나: 알다시피 나는 내 책에 일정 정도의 이사회 역기능에 대해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사회 멤버 개인이 개인적인 의제를 회사의 이익보다 앞세울 때 이사회의 역기능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난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또 어떻게 보면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어 크게 실망스럽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사회의 기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사회에서 비밀리에 토론된 내용이 유출된다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스러울 뿐 아니라 불법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이사회의 기밀성이 상실되면 이사회에서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것은 회사의 평판에도 먹칠을 할 수 있다. 회사의 경쟁 포지션에 해를 끼칠 수 있고, 직원과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으며, 주가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책에서 거듭 강조한 한 가지는 일을 어떻게 했느냐가 무엇을 했느냐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기밀 유지는 합법적인 선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보겔스타인: 내가 보기에는 일이 정당하게 처리된 것 같지 않다. 당신의 생각도 그러한가?

피오리나: 미국 검사, 캘리포니아 검사, FCC(연방통신위원회), SEC(증권거래위원회), 그리고 의회 위원회가 실시하는 여러 조사들이 임박해있다면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불법행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겔스타인: 이 점에 관해 누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이 있나?

피오리나: 임박한 조사에 관해서는, 불법행위가 있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고 실망스럽다는 말 외에는 하지 않겠다. 이사회 기밀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밀성의 상실이 일어난 방식에도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듯하다. 내가 HP에 있었을 때는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처사일 것이다.

보겔스타인: 당신이 HP에 있었을 때에는 어떤 식으로 불미스런 일을 처리했는가?

피오리나: 책에서도 썼듯, 나는 외부 고문에게 각 이사회 멤버와 은밀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그게 전부다.

보겔스타인: 더 이상 파고들어가는 데는 관심이 없었나?

피오리나: 나는 사람들을 존중심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일과 같은 경우 나한테 존중이란 이사회 멤버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진 후에 솔직한 대답을 받기 원한다는 뜻이었다.

보겔스타인: 그리고 난 뒤 이사회의 처분에 맡기고?

피오리나: 나는 그렇게 했다.

보겔스타인: 당신이 아까 HP의 실적에 대해 말했을 때, 마치 2005년과 2006년에 일어난 좋은 일 중 다수는 당신이 다져놓은 기본공사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피오리나: 우리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방면과 산업표준 서버 및 저장 방면에 최고의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제품에 대한 계획들은 2004년도에 마련되었다. 선두 제품군이 갑자기 나타나는 일은 없다. 선두 제품군 하나를 확립시키는 데는 많은 세월이 걸린다. HP가 2005년에 세계 제3위의 혁신기업으로 꼽힐 수 있었던 것은 내가 HP에 몸담았던 5년 동안 특허권을 하루에 1개 미만에서 11개를 배출하는 기업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이 매우 원활하다는 것 역시 하나의 예다. 2001년과 2002년에, 우리는 매년 거의 25억 달러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을 창출했다. 2004년 말에는 거의 60억 달러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비용구조가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사실도 예가 될 수 있다. 직원들을 해고할 때는 큰 부담을 감수하기 때문에 그러한 조처들의 비용구조 부문의 이익은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의 단기 손익계산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2005년도에 눈에 두드러지는 비용구조는 2005년도에 발표된 해고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2003년이나 2004년에 실시된 해고의 결과인 것이다. HP의 고객만족도가 델(Dell)의 고객만족도를 앞선다는 사실은 2005년이 아닌 2003년과 2004년에 직원들이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다.

보겔스타인: 책을 보면 당신이 HP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날부터 이사회 역기능이 어느 정도는 존재했던 것 같다. 왜 좀더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피오리나: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나는 그럴 만한 입장이 아니었다. 나는 변화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조직에 들어갔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회사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강제명령은 이사회에서 나왔다. 내게 이사회는 정당성을 제공하는 유일한 출처이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을 제거하는 것은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는 합병을 하게 되었다. 합병 결과, 협정에 따라 우리는 두 이사회를 합쳤고, 합병 이후 일정 기간동안 이사회 멤버들이 미리 결정되었다. 따라서 2003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이사회에 진지하게 관심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사들 중 샘 긴과 필 콘디트는 일신상의 이유로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그들은 대기업에서 CEO를 지내 대기업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이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이사회에 또 다른 적극적인 CEO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스케줄이 변경되어 그럴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좀 길지만, 그래서 처음에 나는 그럴 입장이 못 됐다고 말한 것이다. 이사회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가 되었을 무렵, 그것은 엄청난 시간을 요하는 일이 되어 있었다. 사베인-옥슬리(Sarbanes-Oxley)법이 제정되면서 이사회에서 일할 준비가 된 활동적인 CEO들을 찾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다. 내가 회사를 떠난 이후에 증원된 신임 이사들은 정말 훌륭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들은 나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간단히 말하면, 처음에는 그럴 처지가 아니었고 나중에는 해고를 당해서 할 수가 없었다.

보겔스타인: 왜 여전히 컴팩 합병이 훌륭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합병 전에 회사를 정비해놓지도 않았다. 또한 모든 합병의 절반 정도는 실패하고 하이테크 회사 간의 대대적인 합병은 더더욱 성공 확률이 낮다는 사실도 알았어야 했다. 장래의 보상이 이 모든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오리나: 거기에는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우선 HP가 기술 기업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선두주자라는 목표를 놓고 볼 때 어떤 부분들은 앞으로 개선의 필요가 있을 수 있었다. 내 관점에서 업계 리더가 목표임을 되짚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당신 입장에서는 HP가 반드시 리더가 될 필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여러 시장에서 3, 4위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내가 썩 괜찮지 않은 실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을 괜찮다고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합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도 절대 합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그것이 괜찮지 않았다.

그것이 괜찮지 않았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먼저 재정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의 업종으로서의 첨단기술, 우리가 다루는 각종 첨단기술의 시장들이 하나로 통합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기업의 규모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업계의 동향을 봤을 때 1, 2위냐, 3, 4위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현실이다. 1, 2위가 아니면 전부 업계에서 쫓겨나야 했던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그것을 감수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사회도 그것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경영진이나 직원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둘째, 나처럼 합병 실패 사례들을 모두 살펴본다면,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실패한 게 아니라 마땅히 신경을 썼어야 할 세부적인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귀찮아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일의 다수는 정말 지루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단 진행합시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결론을 내리자면, 합병은 적절히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엄청난 훈련을 쌓고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필요하다면 몇 달은 물론 몇 년이고 조직이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도록 조직을 준비시킬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겔스타인: 당신과 똑같은 계산을 했을 게 분명한 선임자들보다 자신이 그런 일을 현명하게 더 잘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오리나: 우선 재미있는 사실은 효과적이었던 합병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적절하게 효과를 발휘한 합병 사례들은 대부분이 동종 업종 간의 합병이었다. 은행이나 에너지, 운송 업계에서 합병이 효과를 거두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HP와 컴팩 간의 합병도 동종 업종간의 합병이었다. 우리는 유사한 사업들을 하나로 합쳤다.

질문과는 다소 동떨어진 애기지만 HP-컴팩 합병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바로 변화가 요구될 때 때로는 새로운 DNA가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컴팩이 가져온 이질적인 문화적 태도가 어느 정도 필요했다. 필수적인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대변혁이 필요했다. 판이한 DNA가 투입되지 않으면, 즉 합병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됐을 뿐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욕구도 충족되지 않았을 것이다.

보겔스타인: 당신은 왜 해고당했나?

피오리나: 몇몇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과 개인적인 의제가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성적인 사고를 앗아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몇몇이 모였을 때 무언가에 대한 흥분이 고조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보겔스타인: 있다.

피오리나: 그런 경우였다고 생각한다.

보겔스타인: 그런 일을 예방하는 것이 CEO이자 회장으로서 당신의 의무가 아닌가?

피오리나: 그렇다. 하지만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이사회의 의무다. 진실을 말하는 것도 이사회의 의무이다. 그러니 분명히 뭔가가 크게 잘못되고 있었다. 그들에겐 내게 진실을 말해줄 정직함도 존중심도 없었다.

보겔스타인: (이사회 멤버인) 월터 휼렛이 마음을 바꿔 컴팩 합병에 반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그 정도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도 당신의 일에 포함되지 않는가?

피오리나: 이사회를 이끄는 것이 회장의 임무에 포함되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이 책에서 내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 멤버들 역시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사회나 직원들의 행동에 대해 CEO나 회장 혼자에게 책임을 부과시키는 것은 부당하며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보겔스타인: 당신은 합병의 복잡성을, 휼렛이 반대하기 전부터 힘든 매각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작은 전투에서 승리해도 대전에서는 패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면서도 왜 그냥 물러서지 않았나?

피오리나: 회의실에서 월터 휼렛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합병에 찬성했다. 약간의 의문을 제기했으나 그의 발언을 근거로 할 때 만족할 만한 답변이 주어졌다. 월터 휼렛은 우리 모두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어떤 이유들 때문에 우연히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이다.

일단 그가 마음을 바꾼 뒤 우리는 이사회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 나는 회장이자 CEO로서 선택을 했다. 물론, 우리는 합병에 따르는 리스크와 이익을 모두 적절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내려진 타당한 결정을 취소할 수 있었다. 이사 한 사람이 마음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주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믿었던 결정을 유보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와 나머지 이사들은 그것이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겔스타인: HP 재임 시 했던 일들 가운데 후회가 되는 것이 있는가?

피오리나: 나에 관한 모든 것이 변화의 상징이었다는 점을 처음부터 적절히 파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 같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도전이었는데, 당시에는 그것을 몰랐다. 어떤 이들에게 그것은 모욕이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사회 구성을 바꾸는데 좀더 신경을 쓸 것이다. 또, 요청을 받아도 회사 광고에는 출연하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하지만 팀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 혼자 회사에 들어와서 HP라는 조직에 나름의 변혁을 꾀하겠다는 결정과 합병에 대한 결정,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해고로 할 것인가 사임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등등, 실제로 내가 남긴 것들, 나의 임기를 규정지었던 큰 결정들을 돌아보면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했을 것이다.

보겔스타인: 왜 꼭 그렇게 도전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했는가?

피오리나: 나 역시 좀더 겸손한 CEO가 될 기회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업종에 대해 보다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내가 힘들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가 HP에 들어가게 된 사실 자체를 언론에서 결코 조용히 다루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HP에 온 첫 날부터 나는 언론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달리 할 수 있는 없었다. 나는 언론으로부터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너무 튄다는 비난을 끝도 없이 들었다.

지금 당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를 생각해보라. 언론에서 나와 HP의 변혁을 조용히 내버려둘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계속 그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사람들이 나를 조용하게 살게 내버려뒀다면 내 일은 천 배는 더 쉬워졌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보겔스타인: 실리콘 밸리의 미래에 대해 할 말이 있나?

피오리나: 소규모 신생기업들만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늘 생각해왔지만 지금은 특히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명백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비용구조와 세계화 때문에 합병이 필수적인 업계에서는 대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실리콘 밸리도 성숙한 관점을 견지했다고 생각하며, 또 그러기를 바란다. 혁신은 작은 회사는 물론 대기업에서도 일어나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정보기술이 변혁을 꾀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다른 모든 것은 워밍업에 불과했다. 모든 물리적인 프로세스가 디지털 프로세스, 모바일 프로세스, 가상 프로세스, 개인적인 프로세스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변화는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것은 거품이 아니다. 진정한 변혁이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는 더 이상 실리콘 밸리만이 변혁과 그 추진력이 되는 혁신이 일어나는 유일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는 변혁의 장에 대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보겔스타인: 또 달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피오리나: 내가 모르겠다고 할 때는 내숭을 떠는 게 아니다. 얼마 전에 나는 이 책을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책을 끝마치고 나자 내가 원하는 일이 또 다른 회사를 경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갖는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비영리 일이나 공무원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며 아직 어느 쪽으로 가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보겔스타인: 하지만 3~6개월 후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피오리나: 그럴 것 같다.

(wired.daum.net) = By Fred Vogelstein

입력 : 2006.10.12 09:5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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