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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 달콤한 복수의 맛을 알다

험난한 과정이긴 했지만, 티보(TiVo)의 고된 노력은 큰 결실을 맺게 될 것 같다.

바로 작년만 하더라도 업계 분석가들은 티보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티보의 공동설립자이자 회장인 마이크 램지(Mike Ramsay)가 사임했으며 경쟁사들이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2005년 1/4분기 때 티보의 주가는 4달러 미만까지 폭락했고, 그 해 회계연도에 순손실은 3,44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 회계연도 1/4분기에 1,1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는 발표를 했을 때도 사정은 더 나아진 게 없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 비용이 이를 앞질렀다.

그러나 티보의 2/4분기 결과 발표가 수요일 오후로 예정된 가운데, 티보의 주식은 거의 8달러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전 FCC(연방통신위원회) 회장인 마이클 파웰(Michael Powell)이 “신의 기기”라고 불렀던 장비의 제조사에게 대체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상황이 풀려가고 있다.

연방법원은 이달 초, 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스(EchoStar Communications,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의 모기업)가 제공하는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DVR) 제품의 일부 기능들이 티보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9천만 달러의 배상액을 제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본 사건은 사용자들이 이전에 녹화된 자료를 다시 돌려보는 동안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도록 하는 “타임 워프(time warp: 시간 왜곡)” 기능에 대한 소송이다. 항소가 계류 중인 동안에는 판결이 일시 중단되었지만, 궁극적으로 법원이 이 판결을 지지하면 DVR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인 시청과 녹화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능은 결국 티보의 특허 기능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는 DVR 설치기반이 증가할 태세를 보이는 때에 생긴 일이다. CBS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용 텔레비전에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를 함께 구비하는 미국 가정의 숫자는 올해 말까지 1,200만~1,500만 가구로 늘 것이고 2010년에는 6,500만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용자들은 더욱 손쉽게 티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다이렉트TV(DirecTV)와 컴캐스트(Comcast)와 이미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티보는, 업계 3위인 케이블 서비스회사 콕스(Cox)에게 최고급 DVR 서비스 옵션으로서 티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은 사실을 발표했다.

시대를 앞서서 DVR을 발명한 우를 범했던 회사에게 이 모든 일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더해준다.

티보가 1999년에 선보인 1세대 기기들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기기는 약 400달러로 녹화시간이 10시간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기기를 사는 모험을 한 이들은 극소수의 얼리 어댑터들뿐이었다. DVR이 인기를 얻자 케이블과 위성 TV회사는 티보에 대한 방해 작전을 펼쳤다. 그들은 고객들이 이미 기본 서비스를 신청해놓은 셋톱박스 안에 DVR 하드웨어를 일괄적으로 포함시켜 그들이 티보에 비해 자연스러운 우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FCC가 이번 달 연방 항소법원이 지지한 정책인 “통합 금지법”조처를 내렸을 때, 티보를 둘러싼 상황은 역전하기 시작했다. FCC는 1996년 통신법(Telecom Act)에 의거해, 케이블 회사들에게 양방향 프로그램 가이드, 검색 기능, 녹화 등 셋톱박스의 나머지 기능들로부터 암호화 하드웨어(비양심적인 이들이 케이블을 무단 사용할 수 없게 하는)를 분리시킬 것을 명령했다.

이 정책은 신형 텔레비전 수상기 뒤에 바로 꽂으면 그야말로 최소한의 기능만 가능하긴 하지만 셋톱박스 없이도 케이블 TV를 볼 수 있는, 작은 신용카드 더미만한 크기의 연결 장치 케이블카드(CableCard)를 탄생시켰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티보 시리즈3(Series3) 하드웨어는 FCC의 결정을 완벽하게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케이블카드 슬롯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인 것이 특징인 이 하드웨어는 사용자가 한 채널을 보면서 동시에 다른 채널을 녹화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케이블 회사의 셋톱박스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시리즈3는 고화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래의 해상도로 녹화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 이는 고화질로 급선회하고 있는 시장에서 회사가 경쟁력을 얻는데 필수적인 기능이자 티보 하드웨어로서는 처음 가지는 기능이다.

이러한 점에서 티보는 분명 이 게임에 늦게 뛰어들었다. 많은 케이블 회사들이 이미 고객들에게 고화질 녹화기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티보의 대응은 일부 애호가들이 보기에 티보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었다. 필라델피아가 본거지인 IT외주업체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에릭 수저(Eric Souza)는 케이블비전(Cablevision)으로부터 고화질 녹화 기능을 가진 사이언티픽 애틀랜타 DVR을 받은 후 고화질 지원이 되지 않던 기존의 시리즈2 박스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며, 티보는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판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도중에 깨버리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리즈3의 출시는 다시 그를 유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티보는 내가 사용해본 여타 DVR보다 사용자 친화적이고, 안정적이며, 대체적으로 조종이 빠르다.”고 수저는 말한다.

값비싼 차세대 티보 - 소문에 의하면 9월 중순 출시될 이 모델의 가격은 800달러라고 한다 - 를 선뜻 구매할 수 없는 애호가들은, 컴캐스트와 콕스와의 라이선스 계약 덕분에 티보의 전설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티보와 계약을 맺은 컴캐스트와 콕스의 고객들은 추가 요금을 내면 티보 소프트웨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 유명한 케이블 설치기사의 방문 일정을 잡을 필요 없이, 그저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기만 하면 된다. DVR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월 추가로 10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콕스 고객들은 티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외에 프로그램 추천목록 같은 부록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콕스의 데이비드 그래버트(David Grabert)는 많은 이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티보는 수상 경력에 빛나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색다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그래버트의 말이다.

사실상 티보의 날렵한 하드웨어 디자인과 즉각적인 원격 조종은 대부분의 케이블 회사들이 제공하는 눈에 거슬리는 외관의 셋톱박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진정한 티보의 미래는 애호가를 마니아 수준으로 만들어놓기로 유명한 그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 친척들이 사용하는 컴캐스트 DVR과 달리, 티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답답하지 않다.” 라이스 대학교(Rice University) 대학원생인 플레처(JC Fletcher)의 말이다. “버튼들도 다 제 역할을 하고 있고, 프로그램마다 일일이 수동으로 녹화해야 할 필요 없이 녹화 스케줄을 정하기도 쉽다.”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든 그저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든, DVR 시장이 빠른 확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결국 수많은 소비자들이 티보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2005년 초 컴캐스트와의 계약 사실이 공표되었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제공에 대한 징후는 없다. 콕스는 2007년 상반기에 선별된 시장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기사 게재 시간 현재까지, 티보 대리점들은 코멘트 요청에 대해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FCC는 암호화 케이블카드와 셋톱박스의 영구 분리 최종기한을 계속해서 연기하고 있다. 당초 2005년이었던 기한 시기는 2007년으로 유예되었는데 케이블 회사들은 이를 다시 2009년으로 미뤄줄 것을 요구하는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설사 티보의 분투가 끝나려면 멀었다 해도, “신의 기기”를 배제하는 것이 좋지 않은 생각임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wired.daum.net) = By Chris Kohler

입력 : 2006.09.04 10:46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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