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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국가기업] <上> 삼성 매출>싱가포르 GDP… 국가를 가르친다

매출이 국가 GDP(국내총생산)를 초월하는 기업, 해외 네트워크로 외교 기능까지 떠맡는 기업, 국가경영에 ‘훈수’ 두는 기업…. 한국에도 ‘초(超)국가 기업’ 시대가 열렸다. 삼성·현대차·LG 같은 거대 기업들은 웬만한 나라보다 덩치가 커지고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초국가적 존재가 됐다. 글로벌 무대에서 준(準)정부 역할까지 담당하는, 한국산(産) 초국가 기업의 세계로 초대한다.

LG·현대차 매출, GDP 48·51위 국가

작년 9월 아프리카 케냐. 삼성전자의 나이로비 지점에 탄자니아 대통령실에서 공문이 날아왔다. 삼성의 브랜드 강화전략과 기업 가치관 등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 요컨대 삼성의 경영 전략을 케냐의 정부 운영에 접목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초국가기업은 이제 제삼세계의 국가경영을 지도한다. 지난 2004년 11월엔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 등이 케냐와 탄자니아 정부 초청을 받아 현지 특강을 했다. 탄자니아에선 나호다 총리와 대통령 실장, 케냐에선 대통령실 인사담당수석 등이 ‘수강생’으로 강의를 들었다.


상장사 3분의1은 해외매출이 더 많아

◆국가보다 큰 기업

초국가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이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명저 ‘제3의 물결’에서 “국가적 특징을 지니면서 국민국가를 대신할 새로운 주역”으로 지목한 거대기업 유형을 말한다.

지난달 발표된 삼성그룹의 작년 매출액은 140조원(잠정). 매출을 국가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하면, 삼성은 세계 180여 개 국가 중 35번째로 큰 ‘나라’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보다 크고, 이란·아르헨티나보다 조금 작다. LG그룹 매출은 세계 48번째 국가이며, 현대차 그룹은 51위, SK그룹은 55위다.〈그래픽 참조>

이 초국가기업들은 직원 구성이나 경영 내용상으로도 국가의 울타리를 벗어났다. LG전자의 해외 직원(4만2000여명)은 국내(3만여 명)보다 훨씬 많다. 삼성전자는 전체 직원의 42%(5만명)가 해외 직원이다. 현대차의 신규 공장투자는 100% 해외로 간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는 90%가 해외 매출이고, 주주의 54%는 외국인이다. 국내 상장사(12월 결산법인 702개) 3개 중 1개꼴로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많다. 또 국민은행·포스코 등 30개 상장 기업의 경우 해외 주주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무늬만 한국기업인 셈이다.

◆정부를 가르치는 기업

작년 9월 브랜트 왈츠 상원의원(공화당), 조지프 도어맨 하원의원(민주당) 등 미국 의원 9명이 ‘싸이월드’로 유명한 SK커뮤니케이션즈 본사를 찾았다. 이들은 이날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워가며 인터넷 시스템에 대해 공부를 했다.

작년 3월 LG CNS는 방글라데시·필리핀·우즈베키스탄 등 12개국 공무원 16명을 대상으로 e-so ciety(정보화 사회) 구축 방안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 2003년 7월엔 베트남의 경제 관료 12명이 LG그룹을 방문, 지주회사 설립을 둘러싼 LG의 노하우를 배워가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기업에서 배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총리실·공정위·건교부 등 10개 기관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삼성식(式) 경영을 배웠다. 감사원은 삼성의 성과급·연봉제를, 외교부는 해외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으며,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삼성보다 더 효율적인 조직”을 혁신 목표로 내세웠다.

▲ 2004년 11월 케냐 정부 초청으로 국가경영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한 삼성인력개발원 신태균 상무가 나이로비의 정부종합청사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 앞에서 강의하고 있다.
규제만 앞세우는 나라, 버림받기 십상

◆선택받는 정부, 버림받는 정부

초국가기업 시대에선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고, 기업을 지원할 시스템과 인프라를 못 갖춘 국가는 기업으로부터 버림받는다. 세계의 일류 정부들은 초국가기업을 유치하려 온갖 혜택을 제공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국내 사정만 따지는 한국의 폐쇄적 제도와 규제는 오히려 초국가기업들을 내쫓고 있다. 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이 2003년 초 이탈리아 본사를 공동 인수 후 아태(亞太) 본부를 한국으로 옮기려 했다가 고(高)세율 때문에 포기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초국가기업 시대엔 대주주의 국적(國籍)은 있되 기업의 국적은 없다”면서 “기업은 저만큼 가 있는데 한국정부 시스템은 여전히 20세기”라고 말했다.

이인열기자 yiyul@chosun.com
정혜전기자 cooljjun@chosun.com
입력 : 2006.02.13 19:48 27' / 수정 : 2006.02.14 03: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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