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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안정증권 160兆' 韓銀 사상최대 적자
올 이자만 6兆… 국가재정 시한폭탄
현정부 출범이후에만 71兆 눈덩이
국가부채 편입땐 1인당 347만원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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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안정증권, 국가부채
‘잠재적 국가부채’로 불리는 한국은행 발행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증권)이 급증, 연간 이자 부담만 6조원에 달하면서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악성(惡性)부채가 돼가고 있다. 한은이 통화조절용으로 발행하는 통안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풀려난 통화 환수와 환율 방어에 동원되면서 발행 잔액이 급증했다. 지난 97년 23조원 수준에서 지난 9월 현재 160조원으로 8년 사이 7배 늘어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7개월 동안에만 71조원이 증가했으며, 이는 DJ정부 5년간 늘어난 규모(60조원)보다 많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통안증권 이자로만 약 6조원을 지급하는 바람에 올해 사상 최대인 1조5000억원(추정)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1502억원 적자)에 이은 2년 연속 적자이며, 통안증권 이자 부담이 워낙 커 앞으로도 당분간 한은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은 적자는 결국 세금에서 보전

한은의 적자는 우선 자체 적립금(5조7000억원)으로 보전하고, 적립금이 바닥나면 정부 재정으로 메우도록 한은법과 예산회계법은 규정하고 있다. 통안증권 이자부담으로 인한 한은 적자가 계속될 경우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와 국가부채가 되는 것이다.

통안증권이 전액 국가부채로 편입될 경우 올해 말 248조1000억원(잠정)인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408조8000억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에서 50%로 치솟는다. 이는 국가채무 누적으로 고생하는 선진국 중 영국 등의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한국만의 관행’ 통안증권

중앙은행(한은)의 적자는 세계에서 좀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자 한푼 안 내는 돈(화폐)을 찍어내 그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중앙은행이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현상은 다른 나라의 경우, 정부 발행 채권(국채)을 통해 통화조절을 하지만, 한국만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앙은행(한은) 발행 채권으로 대응하는 데서 발생한다.

정부는 통안증권을 한국은행이 발행한다는 이유로, 국가부채 계산에서 빼고 있다. IMF 기준에 따라 직접적인 정부의 부채만 국가부채로 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와 야당은 통안증권 자체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므로 통안증권까지 국가부채에 잡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외국 같으면 당연히 국가부채로 잡히는 부채가 한국적인 통화운영 방식 때문에 제외된, ‘은폐된 국가부채’라는 것이다.

통안증권의 발행 규모가 적었을 때는 이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제 과도한 규모로 이자를 내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통안증권의 국가부채 편입 논란은 앞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안증권도 공적자금처럼 한은의 자체 상환이 어려워지면 결국 국가부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60조 해소의 길은 난망

160조원의 통안증권이 한꺼번에 국가부채로 편입되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400조원을 훌쩍 넘는다. 국민 1인당 347만원씩 국가부채가 늘어나, 1인당 888만원꼴로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통안증권 이자는 더욱 불어나고,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통안증권을 발행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안증권을 전체 국가부채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통안증권의 국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국채 발행을 통해 통화를 관리하면 정확한 (환율관리) 비용이 산출돼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통안증권 이자부담액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게 사실”이라며 “현행 제도하에선 별 대책이 없는 만큼, 통안증권 이자부담액만큼은 별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해 한은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환율방어를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發卷力)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기존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이종화 교수는 “과도한 관리비용을 수반하는 외환보유액을 재조정하고, 통안증권 외 다른 대안을 찾는 등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안정증권…통화량 조절위해 韓銀서 발행하는 증권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기관·일반투자가 등에게 발행하는 증권.

경상수지 흑자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시중 유동성(현금)이 늘어나 물가안정을 위해 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을 경우, 이 증권을 발행해 남는 유동성을 흡수한다. 반대로 시중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엔 통안증권을 상환함으로써,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國債)와는 성격이 다르며, 국가부채에도 잡히지 않는다.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 국가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통해 통화량 조절을 하며, 따라서 우리처럼 중앙은행의 통안증권 개념 자체가 없다

박종세기자 jspark@chosun.com
김홍수기자 hongsu@chosun.com
입력 : 2005.11.21 18:08 15' / 수정 : 2005.11.21 18:20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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