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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휴먼로봇 '휴보' 탄생
성능 日아시모에 버금
여시동기자 sdyeo@chosun.com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4.12.22 05:40 39' / 수정 : 2004.12.22 06:21 45'


▲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최신 인간형 로봇 ‘휴보(HUBO)’가 지난 19일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시연을 해보이고 있다./대전=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세계 최고의 인간형 로봇(Humanoid Robot)인 일본의 ‘아시모(ASIMO)’에 버금가는 한국형 인간형 로봇 ‘휴보(HU BO)’가 탄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년간의 작업 끝에 내년 1월 6일 공식 시연회를 앞두고 있는 ‘휴보’는 지난 2002년부터 개발된 ‘KHR-1’과 ‘KHR-2’의 뒤를 잇는 모델이다. ‘휴보’ 탄생은 한국 로봇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음을 입증하는 쾌거로 평가된다.

‘휴보’를 제작한 KAIST의 오준호(吳俊鎬·50·기계공학과) 박사는 “‘휴보’는 KHR-2보다 기능이 확장되고 안정성이 크게 보완됐다”며 “음성 인식·합성 기능에 두 눈이 따로 움직이는 완벽한 비전(Vision) 기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블루스 추고 ‘가위바위보’ 하고…

국내 최신 인간형 로봇(Humanoid Robot) ‘휴보(HUBO)’가 개발 시작 1년 만에 탄생한 데 대해 일본 등 로봇 강국들조차 매우 놀라고 있다. 이달 들어 일본의 혼다(Honda)는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가 시속 3.0㎞로 달리고 골프 퍼팅까지 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휴보 탄생은 한국의 로봇 기술이 일본 수준과 맞먹거나 혹은 단기간 내 일본 기술을 능가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영국 가서 대통령 앞에 시연

키 120㎝, 몸무게 55㎏의 깔끔한 외모를 갖춘 휴보는 아시모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에서는 아시모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다. 휴보는 뛰지 못하고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못하지만 아시모가 하지 못하는 ‘가위 바위 보’를 할 수 있다. 아시모는 손가락 다섯 개가 한꺼번에 움직이지만 휴보는 각각의 손가락을 따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휴보는 아시모보다 훨씬 많은 41개의 모터를 갖고 있어 보다 부드러운 몸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휴보는 또 인간과 블루스도 출 수 있고 손목에 실리는 힘을 감지해 인간과 악수할 때 적당한 힘으로 손을 아래위로 흔들기도 한다.

휴보는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영국 방문 때 극비리에 영국으로 운반돼 대통령 앞에서 첫 시연(試演)을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런던의 한 호텔에서 3분간 시연을 구경한 뒤 국내 로봇 기술에 크게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보 탄생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오준호(吳俊鎬) 교수팀의 땀이 배어 있다. 지난 2002년 1월 인간형 로봇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오 교수는 그해 8월 국내 첫 인간형 로봇인 ‘KHR-1’의 플랫폼(몸체)을 제작해냈고, 개발 착수 1년 만인 2003년 1월 KHR-1을 걷게 만들었다. 이어 그해 12월 ‘KHR-2’의 몸체가 제작됐고, 올 들어 지난 8월 KHR-2는 줄을 끊고 걷기 시작했다. 휴보는 KHR-2의 기능과 안정성을 크게 강화해 보폭을 30㎝ 이상 늘리는 등 한국 로봇 기술을 또다시 한 단계 도약시켰다.


◆선택과 집중 전략

오 교수가 인간형 로봇 개발을 시작하면서 손에 쥔 자금은 KAIST의 기본 연구비인 불과 1억5000만원. 오 교수와 함께 휴보를 개발한 연구진은 박사과정 학생 7명과 석사과정 학생 5명이 전부다. 그나마 박사과정 학생들 중 풀타임으로 연구에 매달린 사람은 고작 3명. 오 교수가 지난 3~4년간 한국의 로봇 개발 수준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 전략 때문. 필요한 핵심 기술과 부품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의 기술 성과를 과감히 활용했다.

오 교수는 로봇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후배 연구진에 “논문 쓰기 위해 연구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논문 작성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필수적이지 않은 소위 ‘논문용 작업’이 끼어들어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기 때문이었다.


▲ 한국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휴보’가 19일 대전 KAIST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자재로 몸동작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제일 왼쪽이 개발팀장인 오준호 교수./대전=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일본이 90점이면 우리도 80점 이상”

오 교수는 “줄다리기는 사람이 많으면 유리하지만 달리기는 혼자 뛰는 것이 가장 빠르다. 로봇 연구 개발은 달리기와 같다. 연구팀 규모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기술 개발은 과감히 건너뛰었다”고 말했다.

혼다는 아시모를 만들어내기까지 15년의 시간과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나 휴보는 3년 만에 약 10억원으로 탄생했다. 한국의 로봇 기술 및 보급 수준은 세계 6위로 평가돼 있다. 아직 1위인 일본과는 격차가 크다. 또 로봇 제작에 필요한 부품·소재 분야는 일본에 비해 기술 수준이 20년 이상 뒤처져 있다. 한국 연구팀은 휴보 탄생을 계기로 로봇 플랫폼 제작 등에서 일본 수준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자신한다. 오 교수는 “휴보도 내년엔 아시모처럼 계단을 오르내리고 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이 90점이라면 우리도 80점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여시동기자 (블로그)sdyeo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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