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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코리아(上)]"한국은 세계 IT제품의 실험장"
신제품 나오자마자 사는 '얼리 어답터' 최고
올림푸스 모토로라 등 잇따라 한국서 시제품
엔씨소프트가 세계 하드웨어社 좌지우지해

한국이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가장 먼저 선보이는 첨단제품의 테스트마켓(Test Market·실험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의 메이저 IT·디지털 기업들이 첨단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1980~90년대 일본이 전 세계 가전·전자 제품의 테스트마켓이었던 것처럼 우리나라가 IT·게임·디지털 가전 분야에서 세계시장으로 통하는 ‘관문(關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가전업체 올림푸스는 ‘C-8080와이드줌’ 디지털 카메라를 3월 한국을 통해 시장에 내놓는다. 지금까지 발표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가운데 가장 고급 기종.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지사가 이 제품에 대한 우리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시장 전략을 정할 계획이다.

고미야 히로시 올림푸스 영상시스템 그룹 사장은 “디지털 카메라를 단순한 사진기가 아니라 인터넷과 묶어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수천건의 사용 후기(後記)가 인터넷에 뜨고 전문가 뺨치는 비평이 붙는 곳이 한국이다. 올림푸스는 한국 시장의 이런 특성을 감안, 2002년 해외 지사 중 유일하게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고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실패하면 ‘미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모토로라가 23일 새 휴대전화기 ‘뉴 스타텍’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다른 나라에서 출시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 휴대전화기 시장을 세계 시장의 동향을 읽는 ‘풍향계’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때 부의 상징이던 스타텍은 모토로라의 최대 히트 상품. 그 후속작을 한국에서 만들어 한국에서부터 판매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아예 연구와 판매의 중심을 한국으로 옮기고 있다. 세계에 흩어져 있던 휴대전화 디자인 센터가 한국과 미국 본사 부근인 시카고 두 곳으로 헤쳐모이는 중이다.

진정훈 모토로라 코리아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신기술 제품을 무섭게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금세 싫증을 내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리 스스로 냄비기질이라고 말하지만,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신제품이 나오자마자 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은 한국시장이야말로 이상적인 시장(ideal market)”이라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수석은 “국내 소비자의 22%가 얼리 어답터라는 약식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특히 IT 분야에선 한국이 얼리 어답터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말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세계적 하드웨어 업체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컴퓨터 그래픽 카드 시장의 양대 강자는 엔비디아와 ATI. 2003년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약 18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엔비디아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6대4 정도로 ATI에 밀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6대4 정도로 앞서고 있다. 이는 작년 하반기 엔씨소프트가 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출시했을 때 공동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리니지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란 선전 문구가 괴력을 발휘했다. 아태지역 게임 개발 담당 책임자인 케이타 이다는 “EA 등 세계적 게임업체와도 공동 마케팅을 펼쳐봤지만 시장 흐름 자체가 바뀔 정도로 큰 효과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텔도 리니지2 마케팅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인텔 이강현 이사는 “특히 일본에서 리니지2 덕분에 최신 CPU 붐이 일었다”고 평가했다. 최신 제품을 사기 주저하던 일본 소비자들이 리니지2 이용권과 최신 컴퓨터를 묶어 팔자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 부사장은 “과거 일본 도쿄의 최대 전자 상가인 아키하바라에서 인정받는 제품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 등에서 한국 서울 시장을 제패하는 제품이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디지털 서울’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입력 : 2004.02.24 17:07 56' / 수정 : 2004.02.25 19:0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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