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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권력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겐…
Mr.로빈 꼬시기

다니엘 헤니의, 다니엘 헤니에 의한, 다니엘 헤니를 위한. ‘Mr.로빈 꼬시기’(7일 개봉)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충무로에서만 한 트럭 이상이 쏟아졌을 전형적 설정이라는 사실은 잠시 괄호 속에 넣어 둘 것.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누가 주연을 맡는 가에 따라 흠결이 애교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달콤한 영화는 또 한 번 보여준다.


여기 사랑을 일종의 권력게임이라고 보는 남자, 그리고 사랑에 눈 멀면 간도 쓸개도 빠짐없이 빼줄 수 있다는 여자가 있다. 완벽한 외모는 기본이고 하버드 로스쿨 출신에 5개 국어까지 능통한 로빈(다니엘 헤니)과 홍콩까지 가서 남자친구에게 바람맞고 눈물 줄줄 흘리는 민준(엄정화)이 주인공이다. 출근길에 접촉사고를 낸 뒤 발뺌하다가 상대방이 자기 회사의 새 CEO라는 사실에 머리카락이 곤두선 민준은, 이 오만한 사내를 “꼬시겠다”고 결심한다. 친절이면 친절, 노출이면 노출 등 갖은 애를 쓰지만, 얼음보다 차가운 상사는 늘 민준의 머리 꼭대기에서 그녀의 순진한 테크닉을 비웃는다.

‘Mr.로빈 꼬시기’는 독창적인 시도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그저 겨울이 춥기만 한 젊은 관객으로 자신의 과녁으로 좁힌 뒤,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 문법을 충실히 따를 뿐이다. 상투적 에피소드와 허술한 시나리오는, 배우의 머리 뒤에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에 살짝 숨어버린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은 30대 중반에도 발랄함을 유지하고 있는 엄정화지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캐릭터는 역시 다니엘 헤니. ‘내 이름은 김삼순’과 ‘봄의 왈츠’를 통해 냉소적인 시청자까지 녹여버렸던 부드러움과 예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이번에는 전문 경영인의 냉철한 카리스마까지 추가했다. 내년 봄까지 유통기한이 계속될 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위로하는 데는 큰 부족함이 없을 듯.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입력 : 2006.12.01 00:1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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