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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배신당한 당신에겐 로맨틱 홀리데이

로맨틱 코미디는 초콜릿 같다. 애정결핍에 시달리거나 의욕상실에 빠진 사람들에게 상실된 달콤함을 충족시켜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이다. 그런데 요즘 시중에서는 ‘다크(dark) 초콜릿’이 유행한다. 다크는 원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쌉쌀함을 간직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 역시 현실의 쌉쌀함이 배어 있을 때 사랑의 달콤함이 훨씬 더 구미를 당기는 법이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이 방면의 전문가다. 전작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는 폐경기를 맞이한 중년 여성이 새롭게 찾아온 사랑으로 인해 폐경기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달콤함을 선보였다. ‘로맨틱 홀리데이’(14일 개봉)에서는 두 여성이 서로의 집을 바꾸면서 일어나는 꿈같은 극복기를 보여준다. 런던의 신문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직장 동료이자 유명한 칼럼니스트인 재스터를 사랑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린 파티에서 그는 약혼을 발표한다. 한편 L.A에서 영화 예고편을 제작하는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남자친구가 바람 핀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를 터트린다. 현실을 벗어나고 픈 두 사람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홈 익스체인지(집과 차 등 모든 환경을 서로 교환하는 형식)’를 시도한다. 다음은 달콤함의 공식에 따라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간 아만다는 아이리스의 오빠 그레엄(쥬드 로)을, 영화인들이 살고 있는 L.A의 부촌으로 간 아이리스는 영화음악가 마일스(잭 블랙)를 우연히 만난다. 물론 순조롭지만은 않다. 아만다는 그레엄과의 사랑을 쉽게 믿지 못하고, 아이리스는 자신과 동일한 상처를 겪게 된 마일스를 위로하면서 천천히 다가가게 된다. 나머지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얼마 전 순도 90%가 넘는 다크 초콜릿을 베어 물다가 너무나 강한 쓴 맛에 놀란 적이 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순도 55% 정도에 해당하는 다크 초콜릿이다. 여성들의 자아 찾기(현실)와 연인 찾기(낭만)를 적절히 교차시키는 영리한 영화다. 더불어 잭 블랙의 재담과 꽃미남 주드 로의 미모는 독특한 향신료라 할 수 있고, 아이리스가 만나게 되는 노인 아더의 사연은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묵은지의 맛까지 느껴진다.

이상용·영화평론가
입력 : 2006.12.01 00:12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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