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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만에 햇빛 본 백제 인면조
무령왕릉 유물 재조사… 백제 最古의 ‘사람얼굴 새 몸통’으로 밝혀져
칼 봉황무늬 장식, 은으로 땜… 금속 자유자재로 다룬 백제미술 대변

연꽃을 들고 날아다니는 ‘인면조(人面鳥·사람 얼굴에 새의 몸통을 한 상상의 동물)’와 불을 뿜는 용, 그리고 상상의 새와 나무들…. 1971년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은잔 받침’에 새긴 우아한 백제 무늬가 1500년 만에 처음으로 전모를 드러냈다. 국립공주박물관(관장 신창수)이 무령왕릉 발굴 35주년을 맞아 벌인 유물 재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구리로 만든 은잔 받침에 선으로 새긴 무늬가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녹이 심하게 슬어 그간 전체 무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술사학자 주경미씨(서울대 강사)는 20일 “중심부의 연꽃무늬 주변으로 인면조와 용, 사슴, 새와 나무 등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별도 기구를 사용해서 확대한 무늬를 그림으로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불교와 도교의 영향이 섞여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 중 인면조는 오른쪽 날개 부분에 연꽃을 들고 있는 특이한 형태다. 백제 인면조로는 지난 93년 부여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7세기 전반)에 이어 두 번째로 발굴됐다. 금동대향로에 비해 100여년 빠른 백제 최고(最古)의 것이다.

그동안 덕흥리나 삼실총, 무용총 등 고구려 고분 벽화와 신라 식리총(5세기 후반) 신발 바닥에서도 인면조가 발견된 바 있다. 인면조는 불교에서 극락정토에 둥지를 튼다는 ‘가릉빈가’(설산에 산다는 상상의 새다. 머리는 사람의 모양이고, 날개·발·꼬리는 새의 모습이다) 혹은 고구려 덕흥리 고분에도 이름이 등장하는 새로 도교에서 장수를 상징하는 ‘천추(千秋)’나 ‘만세(萬歲)’로 보기도 한다. 은잔과 구리로 만든 은잔 받침은 무령왕비(?~526년)의 머리 주변에 놓여 있던 것으로 왕비의 생전 애장품으로 추정된다.

또 국립공주박물관은 조그만 꽃무늬형 관(棺) 못머리(폭 2.5cm, 두께 0.4cm 짜리)를 만들 때는 꽃모양의 틀로 쇠를 두드려서(단조·鍛造) 만들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한신대 이남규교수 등 조사).


그동안 학계는 삼국시대에 조그맣고 복잡한 쇠 모양을 만들 때는 녹인 쇠붙이를 거푸집에 부어 만든다(주조·鑄造)고 추정해 왔다. 또한 무령왕의 둥근고리 큰 칼을 장식한 봉황무늬<사진>나 덩굴무늬 등도 그간 은판 등을 도려 내서 만들었다(투조·透彫)고 추정했는데, 조사 결과 모두 개별적으로 무늬를 만든 뒤 은으로 땜을 해서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이한상 동양대교수). 미술사학계는 “이같은 기법은 문양을 정교하게 나타내기 위해 복잡하고도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제작 공정을 택한 것으로,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룬 백제 미술의 세련미를 웅변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유물 재조사 결과 등을 24~25일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뒤 ‘무령왕릉 재조사 보고서’로 펴낼 예정이다.

신형준기자 hjshin@chosun.com
입력 : 2006.11.20 23:50 49' / 수정 : 2006.11.20 23:58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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