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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코미디 '프로듀서스' 두 주인공 송용태·김다현 "30초마다 웃게 해드릴게요"
뮤지컬 제작으로 가장 확실히 돈 버는 방법이 있다는 뭘까.
하나, 최악의 대본을 고른다.
둘, 형편없는 연출가와 배우를 붙일 것.
셋, 공연 첫날 혹평이 쏟아져 하루 만에 막을 내리게 한다.

▲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흥행을 책임질 두 사기꾼 프로듀서 역의 김다현(왼쪽)과 송용태
2001년 토니상에서 14개 부문 중 12개를 차지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로듀서스(The Producers)’에서 두 주인공 맥스와 레오가 짠 시나리오다. 감언이설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은 왕년의 흥행 프로듀서 맥스는 젊은 프로듀서 겸 회계사 레오와 함께 이런 엉터리 공연을 올려놓고 돈을 챙겨 달아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웬걸. 공연은 극찬을 받고 일은 꼬여버린다.

“한국 프로듀서들, 뜨끔할 걸요?”

이 뮤지컬 코미디의 한국 초연에서 레오 역을 맡은 김다현의 일침이다. “공연을 일부러 망가뜨리고 돈을 챙기는 수법이 회계학상으로 가능하다”는 그는 “극중 대사도 있지만 ‘자기 공연엔 절대 투자 안 한다’가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의 철칙”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망해도 프로듀서는 안 망하죠. 장부 숫자만 맞춰 놓으면 뚝딱입니다. 저도 나중에 사업할 때 참고 좀 해야겠어요.”(웃음)

국내에서 한 해 공연되는 뮤지컬은 100여편. 앞다퉈 관객의 소매를 잡아끌지만 십중팔구 흥행 실패다. 맥스 역의 송용태는 “도망다니는 프로듀서들, 과거에도 많았고 요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일 당해 출연료 떼이면 육두문자부터 나오더라”고 했다.

‘프로듀서스’에 몸을 담그며 프로듀서의 세계를 알게 된 두 배우는 “실체를 본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공연의 실제 프로듀서는 ‘설 브라더스’로 통하는 설도윤·설도권 형제. 혹시 ‘설 브라더스’도? 송용태는 “설도윤·설도권 형제는 진짜 용기있는 프로듀서들”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30년 vs 3년

1998년 ‘애니깽’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탄 송용태는 ‘크리스마스 캐롤’ ‘미녀와 야수’ 등으로 이름난 30년 경력의 배우다. 일반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건 드라마 ‘태조 왕건’의 홍유 장군 역. 강령탈춤 예능보유자이기도 한 그의 얼굴엔 탈처럼 굵게 팬 주름들이 지나온 배역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헤드윅’을 거친 김다현은 이제 경력 3년의 신인급이다. 여성스러운 외모를 지닌 그는 귀엽고 통통 튀는 헤드윅이었다. 송용태가 요즘 서울예술단의 ‘크리스마스 캐롤’에 스크루지 영감 역으로 출연하고 있듯이, 김다현도 ‘헤드윅’ 무대에 오르며 ‘프로듀서스’를 연습 중이다.

“외모 때문에 묵직한 역을 주로 맡았는데 저로선 일대 변신입니다. 위트가 넘치고 숨차게 장면이 돌아가는 작품이에요. 미국 공연에선 30초마다 웃음이 터졌다는데,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줄 겁니다.”(송용태)

“낭만적인 이미지에 갇힐까봐 ‘헤드윅’을 골랐고 ‘프로듀서스’도 마찬가집니다. 직설적인 가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을 보면 멜 브룩스(원작 연출가)는 진짜 천재인가봐요.”(김다현)

은퇴하면 바로 관 속으로 직행할 것 같다는 송용태와, 아들뻘로 여성팬이 많은 김다현. 이질적인 조합이지만 둘은 공연 투자자를 호릴 만한 화술을 지니고 있었다. 혹시 이거, 사기꾼 프로듀서의 수법 아닐까? 공연은 1월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11만원. (02)501-7888

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사진=김창종기자 cjkim@chosun.com
입력 : 2005.12.21 15:43 20' / 수정 : 2005.12.22 13:43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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