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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으로 멋진 정물화 그려요”
2005 화단 ‘젊은 화가 붐’ 주역 안성하
작은 물건에 위안받는 인간내면 묘사
작년 데뷔… 올해만 18번 전시회 열어

▲ 안성하는“있는 듯 없는 듯 내 곁에 항상 있는 담배와 사탕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면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이덕한기자 leedh@chosun.com
작년 첫 개인전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안성하(安誠河·28). 올 한 해 동안 그는 국내외 개인전과 단체전을 18번 가졌다. 7월 가나아트 갤러리와 최연소 작가로 전속계약했고,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작품을 냈고, 12월 부산시립미술관이 선정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10인에 선정됐다.

이 정도면 올 한 해 동안 누구보다도 행복한 화가였다고 할 수 있겠다. 바람은 내년 초까지도 계속 휘몰아칠 전망이다.

2월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 나가고, 3월엔 소더비 뉴욕의 첫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젊음’이 요즘처럼 숭배받던 때가 또 있었을까? 2005년 미술계의 화두 역시 ‘젊음’이었다.

‘서울청년작가초대전’ ‘금호 영아티스트전’ ‘컷팅엣지(Cutting Edge)전’ 등 제목에서부터 젊은 작가들을 표방하는 전시가 하나 둘씩 늘고, 젊은 작가 전문을 내세우는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세오갤러리’ 등을 중심으로 화랑들은 앞다퉈 신진작가를 발굴했다.

국제 미술시장 역시 이들이 휩쓸고 있다. 지난달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한 첫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 출품됐던 한국작가 18명 중엔 20·30대가 9명, 40대가 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50대 이상은 김창열·장영숙 단 두 사람 뿐이었다.

배혜경 크리스티 한국지사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국내 기성 작가들이 국제적 지명도에 비해 작품값이 비싸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더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 유화‘무제’(2005)
안성하는 이런 분위기를 대표한다. 그는 담배 꽁초와 사탕이 유리 컵 속에 가득 들어 있는 정물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아주 사실적으로 그린다. 추상도 가고 개념도 간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는 구상, 때로는 사진의 ‘재현’을 능가하는 극사실이 다시 인기를 끈다. 안성하의 작품은 바로 이런 흐름 속에서 기발한 관심과 탄탄한 묘사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그려요.”

담배와 사탕은 그에게는 의미 있는 ‘기호품’들. “매우 사소해 보이는 물건이지만, 사실 사람들은 담배와 사탕을 통해 허전한 정신을 채우면서 크게 위안을 받지요. 그 매력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는 “화가로서 아직 시작단계니까 우선 그림을 잘 그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했다.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똑같게 잘 그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밀하게 그리다가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기 전에 딱 멈춰요.”

그래서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고 ‘가지고 싶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올 6월 서울옥션이 젊은 작가들 작품만 모아서 한 ‘컷팅엣지’ 전시 때 출품작 네 점이 다 팔리는 바람에 두점을 ‘추가 주문’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잘 팔리는 작가’가 됐다는 부담은 없을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거나 걱정해 본 적이 없어요. 지난 10월까지 겸업으로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림이 좀 팔리니까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게 좋아요.”

이규현기자 kyuh@chosun.com
입력 : 2005.12.19 19:06 22' / 수정 : 2005.12.21 11:5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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