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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독창회

물건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본전을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최근 들어 부쩍 오른 공연 티켓도 마찬가지다. 해외 연주자의 내한공연은 이제 10만원대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추세다.

달러 환율은 떨어지는데 왜 입장권 가격은 내리지 않느냐는 관객의 항의는 여기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대부분의 영리한 음악가들은 그들의 개런티를 보다 비싼 유로(Euro)화로 요구한 지 비교적 오래되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리사이틀은 과연 ’본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금 생각하게 하는 연주회였다.

이번 공연은 그녀의 푸치니 신보 발매 기념으로 가진 아시아 순회 공연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어느 갠 날’ ’하바네라’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카로 미오 벤’ 등은 사실 ’앙코르’ 전용 레퍼토리로, 진지한 콘서트 고어를 유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3-5분 이내의 독창 사이사이에는 서울시향의 서주와 간주가 이어졌으며 심지어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이라는 제법 긴 연주도 포함돼 있어, 이 공연의 주체가 소프라노인지 오케스트라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은 ’본전’을 뽑은 공연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두고 싶다. 이 말은 공연의 가치와 평가가 단지 레퍼토리의 경중과 양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레퍼토리들이 보편적이고 가벼운 것이었을지언정 게오르규는 곡 하나하나를 통해 다양한 색채를 표현했다.

1부 전반에 노래한 ’카로 미오 벤’이나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약간 경직된 면이 없지 않았으나 레온카발로의 ’새의 노래’와 푸치니의 ’도레타의 꿈’에서는 긴장을 풀고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여유있게 올라서서 뽑아내는 아름다운 고음은 너무 매끄럽다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2부에 들어서서 금색 드레스로 갈아입은 게오르규는 자신의 장기 중 하나인 ’하

바네라’를 멋들어지게 불러내며 마침내 객석을 장악했다.

여기서부터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느 갠 날’에 이르기까지 2부에서 줄곧 게오르규는 오페라 가수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가 아니라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종합예술가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의 목소리와 기교는 분명 개성이 넘치고 훌륭한 것이었지만 단독으로 객석을 휘어잡기에는 다소 약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훌륭하고 세련된 무대 매너는 왜 전세계 오페라 팬들이 게오르규에 열광하고 그의 라이브 오페라 무대를 보고 싶어 하는지를 맛보기로나마 알게해주었다. 관객은 그의 표정 하나하나에 흔들렸고 손짓 하나에도 열광했다.

대부분의 성악가들이 최소한의 몸짓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목소리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제스처 하나하나로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돋보이게 할 줄 아는 성

악가는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다.

기립박수까지 끌어낸 그의 세 곡의 앙코르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마이 페

어 레이디’의 ’I could dance all night’라는 뮤지컬 넘버를 예상 외의 첫 곡으로 뽑아내며 끼를 유감없이 내보인 그는 동향 출신의 지휘자 이온 마린과 함께 고향인 루마니아 노래를 감성적으로 불렀다.

동구권의 아름다우면서도 시린듯 거칠 것 없는 정서를 품고 있는 이 노래는 게오르규의 목소리와 특히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남성 가수들의 주요 레퍼토리로 알려져있는 ’그라나다’였다. 이 노래가 여성이 부를 때에 얼마나 관능적이고 역동적으로 바뀌는지, 그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이날 공연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꽤 자주 등장하여 주객의 전도를 우려하게 했던 서울시향의 연주는 이 날 또 다른 히든카드였다. 오디션을 거치고 한참 재정비중인 서울시향의 수준을 중간점검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온 마린의 깔끔한 프레이징과 역동적인 템포 변화의 요구를 서울시향은 여하튼 잘 소화해 주었으며, 특히나 금관은 예전에 비해 매우 날렵해진 기미가 엿보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독창회’에 삽입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리라 우려했던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조차 명분상의 이유를 생각지 않는다면 아주 좋은 연주였다.

객석 구석구석까지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며 시종 겸손한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가득 받은 게오르규는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에 무려 11시까지 머무르며 길게 줄을 선 팬들의 사인 성화에 마지막까지 답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5.11.28 12:19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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