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작게 100자평 쓰기  블로그 스크랩  이메일  프린트 

일본엔 첨성대 베낀 점성대가 있다
조선이 일본에 전해준 하이테크 이야기
손제하 지음l하일식 옮김l일빛

동양 최고의 천문대 첨성대(瞻星臺)는 서기 647년 신라의 수도 경주에 세워졌다. 일본은 이를 본떠 28년 뒤인 675년 점성대(占星臺)를 세웠다. 백제의 청동주조기술과 건축기술은 일본의 사원과 왕궁을 짓는 토대가 되었고, 신라의 의학은 일본 의학의 기초가 되었다.

과학기술사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재일동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전해준 과학기술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금속활자, 도자기, 의복, 조선과 제철기술 등 한반도의 과학기술은 일본의 문명을 이뤘다. ‘하이테크’는 현대용어지만 과거에도 기술을 혁신해 세상을 바꾼 것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어에 아직도 남아 있는 한국어의 흔적은 고대의 첨단 과학기술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래됐음을 증명한다. 고대 일본어로 유리를 ‘루리(るり)’라 한다. 일본이 자랑하는 정창원(正倉院) 유리병은 신라고분에서 출토된 유리병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토기를 굽는 ‘가마’를 일본에서도 ‘가마(かま)’라 부른다. 일본 간사이 지방에선 화덕을 ‘구도(くど)’라 하는데 이는 우리말 ‘굴뚝’에서 비롯됐다. ‘목면’은 ‘모멘(もめん)’으로 바뀌었다.

음식과 의복문화도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많이 전해졌다. 일본의 ‘도부로쿠(濁酒)’의 뿌리는 한반도 남부에서 전래된 막걸리다. 일본에서 옛날 된장은 ‘고려장(高麗醬·고마비시오)’이라 한다. 일본식 다도문화는 고려에서 융성한 다례(茶禮)가 들어간 것이다. 비단과 목면 등 직조기술도 한반도에서 전래됐다. ‘만엽집’에선 사랑하는 연인에게 ‘한의(韓衣·가라코로모)’를 입혀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수필처럼 쉽게 읽힌다. 집과 집짓기, 토기와 자기, 농사짓기와 술빚기, 약물과 의학, 인쇄기술, 무기와 화약 등으로 주제를 나누고 100가지 항목을 담았다. 각 항목당 3쪽을 넘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 청소년들에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전향적인 미래의 전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에 끼친 영향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됐다.

▲ 일본 효고현 미츠초(御津町) 무로츠카이 역관(室津海譯館)에 소장된 조선통신사 행렬 모형. 조선통신사문화사업추진추진위원회 발행 ‘마음의 교류 조선통신사’중에서.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입력 : 2005.06.03 18:13 56' / 수정 : 2005.06.03 19:32 05'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자평 쓰기  블로그 스크랩  이메일  프린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