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작게 100자평 쓰기  블로그 스크랩  이메일  프린트 

전쟁에 죽고 전쟁으로 살아난 일본
현대일본의 역사
앤드루 고든 지음|김우영 옮김|이산

근·현대 세계 역사에서 일본처럼 부침(浮沈)이 심했던 나라는 없을 것이다. 1850~80년대 일본은 서구의 지배를 받던 종속적인 반(半)식민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본은 불과 20~30년 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단숨에 동양의 패자로 등장한다. 이후 조선과 대만 등 주변국을 집어삼키고 제국주의 열강 대열에 합류했다. 1945년 원자폭탄을 맞고 패망한 뒤 다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이 책은 1800년대 도쿠가와 시대부터 2001년까지 일본의 역사를 다루는 통사(通史)다. 일반적으로 통사는 사실의 나열에 그치기 쉽지만,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시대 흐름에 따라 기술하면서도 세계와의 연관성의 끈을 놓지 않는다.

19세기 중반 도쿠가와 막부는 내적인 요인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그 붕괴를 촉진한 것은 국제환경의 변화였다. 도쿠가와 막부는 농민저항이 빈발하고 서양열강이 군사력을 앞세워 개항을 요구하는 안팎의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1868년 개혁의 열망을 가진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젊은 사무라이들은 갈팡질팡하는 막부를 무너뜨리고 이른바 메이지 유신을 단행했다. 이들은

▲ 1868년 도쿠가와 막부에 저항하는 반란을 일으킨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의 젊은 사무라이들. 맨왼쪽이 이토 히로부미, 맨 오른쪽이 오쿠보 도시미치.
서구의 군사적·경제적 힘의 원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근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기회였다. 일본은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활황을 누렸다. 1929년 세계 경제공황이 닥치자 일본은 경제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거대한 제국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침략전쟁은 ‘성전(聖戰)’으로 미화됐다. 결과는 파멸이었다.

전쟁으로 몰락한 일본이 다시 경제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또 전쟁이었다. 일본은 한국전쟁 기간 헌법상의 제약으로 국방비를 절감하면서도 전쟁특수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일본은 1950년부터 73년까지 해마다 평균 10% 성장하는 ‘경제 기적’을 이뤘다. 1980년대 말 자민당의 과반의석 실패, 심각한 경제불황 등 10년의 위기를 겪은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다시 경제회복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잔혹한 식민경험을 가진 주변국의 입장에선 최근 일본의 우경화가 걱정스럽다. 저자는 2001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교과서(후소샤)는 일본 특유의 내셔널리즘에 입각해 있음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려는 욕망보다는 과거의 불의와 무력행사를 정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을 일본에 충고한다.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비교적 평이한 문장으로 쓰여져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일본의 통사로서 손색이 없다.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입력 : 2005.05.06 18:04 50'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자평 쓰기  블로그 스크랩  이메일  프린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