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6일 대장동 민간 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9개월 만이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인사 중 곽상도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사법 처리 대상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특검에게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 등에게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참여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與信) 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을 받으면서 200억원 상당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았다는 혐의가 있다. 이때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 전 특검은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도 받았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은 또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에게 “우리은행 여신 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인 2015년 4월 5억원을 수수하고 50억원 상당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우리은행은 성남의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1500억원 규모의 여신 의향서를 성남의뜰에 발급해줬다. 당시 성남의뜰은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인 박 전 특검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등을 수사했다. 특히 2016년 11월 이른바 ‘국정 농단’ 특별검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등을 지휘했다. 이 수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및 사법 처리로 이어졌고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박 전 특검에게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검찰 등 법조계에선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7월부터 ‘국정 농단’ 특검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6년 7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의 딸은 2016~2021년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며 연봉 6000만원, 대여금 11억원, 퇴직금 5억원, 화천대유에서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생긴 시세 차익 등 25억원 정도 금전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에 얽힌 흔적이 적지 않았고 김만배씨와 친분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사법 처리에 1년 9개월이 걸렸다. 이를 두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검찰은 2021년 11월과 지난해 1월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소환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더 논란이 됐다. 그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포르셰 렌터카 등을 빌린 혐의로 기소돼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구속된 라덕연씨 관련 회사 2곳의 법률 자문에 응한 것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특검의 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 주요 혐의의 공범이란 것이다.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 곽 전 의원 외에도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아들을 통해 50억원(세후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검찰이 보강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대법 전원 합의체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무렵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출입했다는 기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뒤 화천대유에서 고문료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제기된 의혹은 모두 파헤쳐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