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차섭(82)씨가 28일 별세했다.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창립 등 한국 전위미술 확장에 앞장섰고, 동판화부터 추상·구상 회화까지 폭넓은 작품 활동으로 2002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일본 야마구치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방 이후 한국으로 건너왔고, 서울대 미대 2학년 재학 당시 국전(國展)에 입선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군 제대 후 1967년 파리 비엔날레, 1970년 도쿄 판화비엔날레 1971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 참여 작가로 잇따라 선정됐고, 이화여고 동료 교사였던 화가 김명희(73)씨와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 결혼하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함께 공부했다. 동판화 ‘Triangle Between Infinities’(1976)는 프랫 인스튜티트 개교 125주년 당시 학교를 대표하는 작품 125점 중 하나로 선정됐다.
동판화 재료인 화공약품 탓에 눈에 상(像)이 두 개로 맺히는 증상 등의 건강 문제로 1990년 귀국해 춘천의 작은 폐교에 작업실을 차렸고,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 관계 탐구를 이어갔다. 빈소 서울성모병원, 발인 31일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