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은 21일 3대3 회담, 단독 환담, 확대 회담 순으로 세 차례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3대3 회담은 72분으로, 양측 통역만 대동한 채 이뤄진 단독 환담은 예정됐던 10분보다 25분으로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세 차례 회담에 예정됐던 시간은 90분이었으나 실제론 113분 동안 회담이 진행됐다. 두 정상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고 “서로 굉장히 멋진 파트너를 만난 것 같다”며 공감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첫 외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여러 번 노출했다.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전용 차량 ‘비스트’에서 내리자, 윤 대통령이 집무실 문 앞에서 맞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깨를 토닥이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윤 대통령은 함께 레드카펫을 걸으며 안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명록에 “환대와 동맹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회담장 복도에 전시된 역대 한미 정상회담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물어봤다고 한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7년간 검찰에 있다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고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계속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회담 배석자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시간이었다’고 느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다리를 꼰 채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자세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참모들 사이에선 정상 간 서로 편안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케미스트리가 얼마나 잘 맞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조언에 정상회담 당일 결혼식 날 신었던 정장 구두를 신고 나간 것도 회담에서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평소 굽 없는 컴포트화 스타일의 신발을 즐겨 신지만, 이날은 특별한 날이니 제대로 된 구두를 신는 게 좋겠다는 김 여사 조언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 구두를 보고 ‘너무 깨끗하다. 나도 구두를 더 닦을걸 그랬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로부터 내각의 성비 불균형과 관련한 기습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내각에 남성이 대부분인데 남녀 평등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느냐’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질문에 “(여성에게) 기회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