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한자의 초기 꼴을 살피다 보면 속으로 놀랄 적이 꽤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행위가 때론 아주 끔찍하다 싶을 때가 적잖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반 사람을 일컫는 민(民)이라는 한자 또한 그런 사례로 꼽을 만하다.

글자의 초기 꼴에는 전쟁 포로나 범죄자로 보이는 사람의 눈이 크게 등장한다. 아울러 그 아래에는 날카로운 꼬챙이로 여겨지는 물건이 함께 나온다. 이 글자의 초기 모습은 따라서 ‘일반 사람’의 새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 글자의 풀이는 대개 일치한다. 전쟁 포로나 범법자 등의 눈을 꼬챙이로 찌르는 동작이다. 그로써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뜻이다. 눈이 멀어 무기력해진 포로 등의 처지, 혹은 그런 행위의 결과인 맹(盲)을 가리킨다.

글자는 이후 전쟁으로 붙잡혀서 눈이 먼 사람, 더 나아가 그런 신세로 전락한 노예의 뜻을 얻는다. 임금 밑의 관료인 신(臣)이라는 글자 또한 붙잡혀 온 포로의 눈을 지칭했던 흐름과 흡사하다. ‘신’ 또한 초기 새김은 ‘노예’였다.

백성(百姓)은 흔히 통치자의 지배를 받는 뭇사람을 일컫는 단어다. 따라서 글자 ‘민’과는 뜻이 같다. 그러나 ‘백성’은 본래 성(姓)을 지닌 귀족 집단을 가리켰다가 전국시대 이후에야 지금의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의 사람들을 ‘검은 머리’란 뜻의 검수(黔首), 여민(黎民)으로 지칭한 적이 있다. 이 또한 나중에 백성과 같은 뜻으로 정착했다. 평범한 이를 하찮은 풀에 빗대 만든 초민(草民), 수가 많아 불렀던 서민(庶民)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집권 공산당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알리바바, 딥시크 등 자국 민영 기업의 역량에 다시 주목한다. 최고 권력자가 나서서 새삼 좌담회까지 열었다. 예나 지금이나 노예 취급받는 중국 민간의 기업들이 그런 공산당의 독려에 얼마나 호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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