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자연스럽게
황의진 지음｜반비｜276쪽｜1만8000원
‘셀카족’. ‘자신을 스스로 찍는 사람’이란 이 단어 본뜻은 자주 양가적인 시선을 받는다. 관종에 대한 찌푸림과 인플루언서에 대한 선망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런 편견 앞에서 ‘여자들은 왜 셀카를 찍는가’란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또래 여성과 달리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며 외부 관찰자로 선을 그은 저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1920년대 사사로운 외출이 어려웠던 개화기 여성들. 이들이 자신을 찍으려면 여성 전용 사진관을 찾아야 했지만, 정작 여성 사진사는 손에 꼽게 적었단 것이다. 1980년대 가정 내 카메라 보급기에도 셔터의 주인은 대체로 남성 가장이었고, 간혹 이를 넘겨 받은 주부들은 ‘가족 사진사’를 자처했다.
휴대전화 카메라 보급 후에야 여성의 셀카 촬영이 자유로워졌고, 2000년대 온라인 미니 홈피의 등장은 셀카에 ‘자기 연출’과 ‘소통’의 자유를 부여해줬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한 보정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예뻐 보이는 사진’을 추구하고, ‘무단 수집’의 위험을 알면서도 공개된 공간에 사진을 내거는 여성 셀카족의 모순점을 이렇게 풀이한다. “여성들은 자기 사진을 매개로 ‘나’와 ‘우리’를 발견해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