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보>(15~30)=신진서의 기세는 볼수록 경이적이다. 추격자들과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져가는 추세다. 한국기원이 발표한 2월 랭킹에 따르면 1위 신진서(1만 418점)와 2위 박정환(9907점)의 점수 차이는 511점으로, 500점을 넘긴 것은 랭킹제 도입 후 처음이다. 50개월째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감히 누구도 신진서를 막아서지 못할 분위기다.
백이 △로 침공한 장면. 좌상귀를 내주면서 무너진 실리 균형을 되찾겠다는 의도다. 흑이 백 20 때 손을 빼면 좌상귀와 똑같은 정석이 된다. 실전에선 21로 젖히고 23으로 끊는 정석을 택했다. 24, 26으로 잡고 흑도 27로 잇는 데까지도 익숙한 정석. 23 때 백은 참고도 1로 잡는 수도 가능하다. 10까지 역시 정석. 11~13을 거쳐 A, B를 맞본다(5…▲).
뻔해 보이는 곳에서도 수많은 정석들이 수십, 수백 갈래로 갈리며 진화를 거듭한다. 실전 선택은 대국자의 취향과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 28은 흑세 삭감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수. 흑은 ‘가’로 고분고분 잇지 않고 29로 반발한다. 신진서가 들고나온 30은 협공과 침입을 겸한 요충지. 이 수를 기점으로 하변에서 주도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