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자 대포 제작 업자 1800여 명으로 결성된 ‘대포 클럽’은 일감이 사라져 실의에 빠진다. 북부 출신 회장 바비케인이 달 대포를 만들자고 회원들을 설득해 300m에 이르는 포신과 지름 3m, 무게 1만㎏ 포탄 개발에 성공한다. 바비케인을 필두로 그와 사사건건 대립했던 남부 출신 경쟁자 니콜, 둘을 중재한 아르당이 포탄 우주선을 타고 초속 12㎞로 달을 향해 떠난다.
▶‘해저 2만리’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1865년 출간한 공상과학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포탄을 달로 보낼 수 있는 각도, 지구 자전을 활용해 발사하는 방법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해 그 후 우주 탐사에 깊은 영감을 줬다. 당시로서는 황당한 상상이 약 100년 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현실이 됐고, ‘상상한 것은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만들었다.
▶NASA 존슨 우주센터에선 매년 화성 거주 모의 실험을 한다. 1년간 화성살이를 실제처럼 해보는 실험이다. 물도 정해진 양만, 음식은 우주용으로 가공한 것을 먹는다. 화성 표면을 VR(가상 현실)로 재현한 트레드밀로 걷는 식이다. 당연히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영화 ‘마션’처럼 농작물을 심고 거두는 임무도 포함돼 있다.
▶인류는 우주 이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식주 해결 연구에 한창이다. 2027년 달 착륙 때 입을 우주복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미 우주 기업이 개발 중이고, 블록 완구로 유명한 레고그룹과 유럽우주국(ESA)이 운석의 부스러기 등을 재료로 활용해 달 기지 건설용 우주 벽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의식주가 다 중요하지만 특히 식량 조달은 장기 거주에 가장 시급한 숙제다. 지금처럼 우주 가공식품을 실어 나르거나, ISS(국제우주정거장)에서 소규모 재배하는 방식으로는 많은 인원이 달과 화성에서 장기간 먹고살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립해양과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이 우주에서 농어 알이 부화해 자랄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우주에서 농어를 양식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우주선에 알을 싣고 달로 가는 약 일주일 동안 부화시키고, 달에서 치어를 성어로 키워 16주간 200마리를 식사용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7년 전부터 추진 중이다. 연구원 한 명이 통째로 달에 가져갈 생각만 하지 말고 달에서 물고기를 양식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상식을 깨는 담대한 발상이 우주 생존을 현실화하는 물꼬를 트고 있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