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일 참석한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연례 회의는 예상 밖이었다. 양회 기간 청명한 하늘을 만들려고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양회 블루’는 사라지고,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사상 최저인 5% 안팎이었다. 외부 시선을 고려한다면 청명한 하늘은 필수고, 목표 수치는 최대로 불러야 했다. 그러나 중국은 반대로 했다.

5일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연합뉴스

중국이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시급한 내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작년 12월 폐지한 이후 사회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두 달 만에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고, 수십만 명의 장례를 치렀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올해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안고 불평은 자제하고 본업에 집중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5일 업무 보고에서 원고 앞부분의 ‘바이러스 변화에 따라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조정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적지 않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등의 문구를 읽지 않고 넘어갔다. 전 국민이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코로나 방역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피해 간 것이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만민대례당에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베이징=이벌찬 특파원

그러나 중국은 올해가 무척 어려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회복세는 느려지고, 중국이 장기간 유지한 ‘빅테크 때리기’ ‘국진민퇴(國進民退)’ 기조의 영향으로 민간 기업의 투자는 위축됐다.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3.0%로, 문화대혁명 이후 역대 셋째로 낮다. 신생아 수는 1949년 건국 후 처음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청년들의 취업난은 최악이고, 노인들은 고령화 시대에 맞춰 추진하는 보험 개혁에 반대해 ‘백발 시위’에 나섰다. 미국의 대중 봉쇄로 인해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과 공급망 확보도 어렵다. 연말까지 중국이 경제를 회복하고 사회 각층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코로나 3년 동안 눌려 있던 중국인들의 분노가 시차를 두고 폭발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눈가리개’를 쓴 말처럼 외부 문제에 신경을 덜 쓰고 자국의 경제·사회 회복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에는 이미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리커창의 업무 보고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조국 평화 통일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작년에는 통일 앞에 ‘평화’가 없었다. ‘대만 동포에 대한 혜택’ 또한 강조됐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문제에 몰두할수록 타국과의 마찰에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협상하기보다 ‘왜 협조하지 않느냐’며 화내고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한국에 ‘말참견을 불허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부용치훼’를 사용하고, 비자 갈등이 격화된 것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