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잉글랜드 FA컵 결승전. 관중석엔 앨릭스 퍼거슨(82·스코틀랜드) 전 맨유 감독과 왕년의 수퍼스타 데이비드 베컴(48·잉글랜드)이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몸담은 맨유는 1998-1999시즌 당시 EPL(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과 FA컵, UCL(챔피언스리그)을 모두 석권하며 이른바 ‘트레블(3관왕)’을 이룬 최초 잉글랜드 축구단이 된 바 있다. 퍼거슨이 감독, 베컴은 주축 미드필더였다.
이날 두 사람은 한마음으로 친정팀을 응원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맨시티가 맨유를 2대1로 물리치며 FA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맨시티는 24년 전 맨유가 달성한 트레블 영광 재현에 도전하고 있다. 페프 과르디올라(52·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올 시즌 EPL 정상에 이어 FA컵 우승까지 차지하며 트레블까지 UCL 우승 하나만 남겨 놓고 있다. 11일 인테르 밀란(이탈리아)과 UCL 우승을 다툰다.
이날 맨시티를 FA컵 우승으로 이끈 주역은 두 골을 터뜨린 주장 일카이 귄도안(33·독일). 귄도안은 경기 시작 12초 만에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경합 도중 자신에게 흘러온 공을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 FA컵 사상 최단 시간 득점이 됐다. 맨유는 전반 33분 브루누 페르난드스(29·포르투갈)의 페널티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귄도안이 후반 6분 케빈 더브라위너(32·벨기에)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그대로 왼발 발리슛으로 때려 골네트를 흔들었다. 맨시티는 이 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통산 일곱 번째 FA컵 우승컵을 들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진정한 강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UCL 무대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