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
“어머니는 절 가졌을 때 얘기를 자주 하셨어요. 여기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바다의 소리를 들으셨대요. 산호초 위로 파도가 출렁대는 걸 바라보면서. ‘네 성격이 차분한 건 그 때문이란다’. 그런 농담을 하셨죠. 전 태어나기 전부터 여기서 꽤 긴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버락 오바마(60) 전 미국 대통령이 얘기한다. 자신이 태어난 하와이에 대한 오바마의 애착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하와이 하나우마만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제 뒷마당이었죠. 자연을 사랑하는 제 마음은 이곳에서 싹텄습니다.”
‘다큐멘터리 맛집’ 넷플릭스가 새로 공개한 자연 다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제작자이자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하와이, 케냐, 칠레, 인도네시아, 미국 등 세계 곳곳 아름다운 국립공원 속 희귀한 동물들의 모습 뒤로, 자상하고 리드미컬한 오바마의 목소리가 현악기와 건반 위주의 곱고 예쁜 음악과 함께 흐른다.
오랑우탄은 긴 나뭇가지를 타고 재주 좋은 곡예사처럼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닌다. 바닷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돌고래 떼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서핑하듯 바닷물 속을 헤엄치는 하마, 어미의 목에 매달리며 어리광을 부리는 아기 푸마,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코끼리, 치어리더처럼 꼿꼿이 목을 세우고 풀을 씹는 라마 떼의 느긋한 얼굴도 만난다. 배우를 아름답게 포착하듯 동물들의 극적인 표정을 담아내는 카메라도 놀랍다. 보는 것만으로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2017년 백악관을 떠날 때 오바마는 55세였다. 오래 사랑받는 전직 대통령의 존재도 이 다큐멘터리의 부러움 포인트 중 하나다.
클래식 KBS교향악단
전화위복이 거듭된다고 할까. 최근 국내 교향악단을 지휘하기로 했던 외국인 지휘자들이 건강상 사유로 방한을 취소하자, 오히려 더 유명한 거장들이 대타로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주 서울시향을 지휘한 바실리 페트렌코(로열 필하모닉 음악 감독)에 이어서 이번 주에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인 명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사진>가 KBS교향악단을 지휘한다. 27일 예술의전당과 28일 아트센터인천에서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바이올린 김수연·첼로 김범준)과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영화 ‘공기살인’
대학병원 교수 정태훈(김상경)의 아들(6)이 수영장에 갔다가 의식을 잃는다. 입원에 필요한 짐을 챙기러 집에 갔던 아내(서영희)는 갑자기 폐가 굳은 채 숨진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영화(감독 조용선)다.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분투기. 태훈이 슬픔 속에서도 피해자들을 만나 사태를 파악하고 동물실험을 하며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증거를 조작한 기업, 아직도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법정 드라마, 휴먼 드라마로도 재미가 있다.
연극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관한 이야기’
최보영, 진주, 황정은 작가가 ‘결혼’을 주제로 쓴 이야기 3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결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재훈, 안정적인 삶과 행복한 삶의 간극 때문에 혼란스러운 여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희수를 중심으로 각 파트가 진행된다. 무대는 긴 런웨이를 닮았다. 인물들의 삶을 관객이 들여다보는 형식이다. 창작집단 글과무대가 공동 창작했다. 김수아 변효준 양나영 임준식 등 배우 4명이 9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이인수 연출로 28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로 무대가 열린다.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는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마을이 펼쳐진다. 우유 배달부로 일하는 테비예가 주인공. 중매로 결혼하는 전통을 깨고 딸들이 재단사, 혁명운동가, 러시아 청년과 제각각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삶도 소용돌이친다. 역경에도 불구하고 전통에 대한 자긍심과 낙관을 잃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노래와 춤, 피난 행렬, 입체 카드 같은 무대에 담아냈다. 100년 전 우크라이나를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양준모·박성훈 등 출연. 정태영 연출로 5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