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83~209)=’큰 승부에 명국(名局) 없다’고 했다. 걸린 상금이 클수록, 그리고 승리가 다가올수록 평정심을 잃고 허둥대는 인간의 약점을 한마디로 압축한 격언이다. 딩하오의 눈앞에 우승 컵이 어른거리면서 곧 끝날 것 같던 바둑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 국면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백이 △로 건넜을 때 183이 심약한 수. 참고 1도의 진행이었으면 승부 끝이었다. 11까지 패가 나지만, 이 패는 흑의 팻감이 월등히 많아 좌하 일대 백 대마의 전멸로 끝난다. 184가 놓여 백이 위기를 벗어나자 흑 185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187이 승부패가 됐다.
192로 우변 패를 해소하면 흑 ‘가’로 끊겨 중앙 백이 전멸한다. 194로 ‘나’에 끊는 팻감은 성립하지 않는다. 참고 2도 12까지 흑 6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우하귀 수상전은 흑이 한 수 빠르기 때문. 흑은 197, 백도 210부터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패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190 196 202 208…□, 193 199 205…187)